62시간 내 이야기인가?
62시간. 나도 예외가 아닐지도 모른다.
62시간.
내 이야기인가?
나도 예외는 아닐지도 모른다.
1.
'나흘 내내 62시간 일하다 숨졌다'
신문 1면 기사 제목이다.
'나흘' '62시간'
이것 내 이야기 아닌가?
신문 1면을 보는 순간 놀라서 멈췄다.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고인, 한 가족 가장의 이야기로 읽힐지 모르지만, 기사를 한 글자씩 읽다 보니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그래도 끝까지 한 글자 한 글자 다 읽었다.
안타깝게 운명하신 고인의 운명을 빕니다.
내가 그나마 나은 것이라면
내가 일하는 공간은 주위에 수많은 의료진들 사이에서 일한다는 것.
병원 안에서 일한다는 것.
하지만 이곳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들, 환자들이 대낮에만 아프고 다치고 피가 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이 모두 초긴장 상태이다.
가만히 손가락으로 헤아려봤다.
내가 일하며 지난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시간을 거슬러서 헤아려본다.
10시간 + 24시간. 4시간 + 24시간. 2시간
'어. 64시간이다.'
순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할 말을 잃고 어디 미래에 이런 신문기사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 OO 병원 OOO 외상외과 의사 지난 나흘간 64시간 일하다가...... '
저 신문의 제목은 나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해졌다.
아니 슬퍼졌다.
눈물을 훔치고 신문기사를 다시 읽어본다.
[ 신문 기사에 나온 40대 경비노동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사 내용은 이러하였다. 인력이 부족하여 결원 공백 매우려 무리한 근무 일정으로 일하는 도중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는 안타까운 40대 노동자의 이야기다.
물론 이런 신문 기사 하나 없이 안타깝고, 남들 하기 힘든 힘들고 무겁고 높은 곳에서 일하다가 생을 마감한 수많은 노동자, 산재 사고 등이 우리네 어딘가에 매일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인력 부족, 결원이란 말은 어느 곳에서 있다. 기사에 나오는 경비노동자, 시골 농촌에서도 그리고 내가 있는 외상센터에도 있다. ]
2.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서.
지난 화, 수, 목, 금 그리고 토요일 아침까지.
환자들은 끊임없이 온다. 외상외과 의사가 돌봐야 할 환자들은 이미 중환자실, 병실에 입원 중이며 그 사이 계속 새로운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로 밀려온다. 누구나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도 없고 다치고 피가 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 또한 없다.
남들 자는 밤에 어딘가에서 추락하여서 흉부, 복부 심한 손상을 받은 환자.
새벽시간 안타깝게 길가에서 쓰러져서 심한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
한참 농번기 시작으로 경운기 작업 중 경운기에 복부와 골반을 심하게 깔린 환자.
삶이 지치고 힘들어 날카로운 무언가로 본인 몸에 깊게 상처를 낸 환자.
그 이외 많은 환자들이 앞서 말한 나흘간의 기간 동안 내 앞에서 피를 흘렸고 또 다른 삶은 찾기 위해 수술하고 살아날 기회를 가졌다. 새롭게 온 환자들뿐 아니라 기존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도 온갖 문제들이 반복해서 나왔다.
그 시간 동안 긴장의 연속이며, 잠시 다른 생각을 하거나 환자에 소홀히 하는 순간.
환자들은 제 갈 길을 잃어버리고 악화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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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일매일을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꾸역꾸역 비타민을 먹는다.
오늘도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비타민을 한 움큼 입에 털어먹고 신발 끈을 다시 맸다. 지난달 산 주황색 러닝화가 발에 딱 달라붙었다. 3월의 저녁이지만 겨울과 봄 사이 적당히 시원하고 칼칼한 바람이 불었다. 뛰기 딱 적당하고 좋은 시간이다.
뛰면서 즐거움, 상쾌함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뜀박질을 한다.
어찌 보면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몸에 무리가 안 갈 정도로 최소한의 운동, 4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줄어드는 근육량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몸부림이다.
오늘은 평상시 가볍고 가깝게만 느껴졌던 뜀박질 길이 더 멀게 느껴졌다.
순간 내가 나아갈 목적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칼의 노래 책에서 고민끝에 첫 문장을 김훈이 적어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과연 내가 걸어가고 있는 64시간 길에 꽃이 필 수 있는지, 꽃이 피었는지 알 수 없다. 그 길이 버려진 섬인지, 가꾸고 보살피고 꽃이 피는 섬이 되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