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호텔 조식도 못 먹다.

by 경첩의사

호캉스, 호텔 조식도 못 먹고 다시 병원을 향하는 외상외과의사.




새벽 6시. 뜨기 싫은 눈을 억지로 뜬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조용히 호텔을 나선다. 1층 로비에서 카OO택시 어플로 택시를 부른다. 당연히 도착지는 'OO병원'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눈앞에 조식이 아른거렸다.



내 호텔 조식에서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우선 가벼운 음료로 목을 가볍게 축인다. 이어서 따뜻한 음식 위주로 시작한다. 가벼운 샐러드도 곁들이고 서서히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도 먹는다. 처음에는 조금씩 맛보기 위주로 하고 결국 맛있는 것을 한두 가지 정한 후 다음 접시에는 최애 음식 위주로 집중 공략한다. 마지막에 과일, 그리고 따뜻한 커피로 빼놓지 않는다. 결국 먹다 보면 조식이 아니라 점심도 겸하는 아점 식사가 되어버린다.



호텔, 호캉스를 가는 이유의 팔 할은 조식이다.


부드러운 호텔 침대, 이불이 끌어당기는 것을 멀리하고 더 큰 유혹, 꼭 가야 하는 조식을 먹으러 가야 한다. 또한 수영장이 있는 호텔은 반드시 수영장에도 들러줘야 한다. 물론 나는 정식 수영을 배우지 못하였지만 어린 시절 수영을 잘 배워둔 아이들은 호텔 수영장은 쾌적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무더운 여름. 어찌어찌하는 바쁘다는 핑계, 더하기 코로나 상황도 수시로 변하여 변변찮은 가족 여행, 휴가 계획도 세우지 못하였다. 갑작스럽게 집에서 15분 거리 호캉스를 예약했다. 하지만 처음 예약부터 아빠는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슬픈 계획이 예정되어 있다. 어찌 보면 바쁜 외상외과의사의 숙명이랄까? 하지만 아이들은 수영장과 조식, 호캉스라는 즐거움에 아빠의 서글픔은 조금이나 이해를 하였는지 미지수다.



역시나 호텔, 호캉스는 좋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한 호텔, 그리고 객실로 들어선 순간 하얀 뽀송한 침대, 이불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매일 지나가는 거리, 도시이지만 호텔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더 다르게 느껴졌다. 잠시 휴식 후 수영장으로 향했다. 생긴 지 막 1년 된 호텔이기에 수영장도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들과 딸은 사람들이 덜 붐비는 틈에 둘이 수영시합도 하고 신남 그 자체였다. 나 또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함께 즐겼다.




병원으로 돌아와서 내 책상에 앉아 화면을 통해 환자들의 상황을 보았다. 하지만 화면에는 환자들의 검사 소견, 엑스레이 사진이 아닌 조식 음식들이 보이은 듯하였다. 시간을 보니 딱 조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마음속으로 다시 한숨을 쉬며, 나에게 스스로 조용히 말하였다.



"아들, 딸아 그리고 아내 들으세요.


아빠 몫까지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



이렇게 외상외과의사의 호캉스는 절반도 못 즐기고 끝났다.



제기랄,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날에는 너무 바쁘고 환자들도 많이 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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