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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Apr 30. 2023

국밥 예찬론

'이제서야 이 국밥을 알게되었다니? '





 국밥이란 음식은 아마도 오랜 옛날 우리네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한 음식이다.


 바쁜 와중에도 든든한 한 끼를 채우는 과정에서 국밥만큼 든든하고 손쉬운 것은 없다. 그 와중에 국밥에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공급 덩어리인 동물의 내장과 순대를 넣은 국밥이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지금이야 어디서든지 손쉽게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이 널려있지만, 그 옛날에는 기껏 매일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우리네 민초들에게는 돼지 안의 부산물에서 나오는  내장 등을 이용하여 부족한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을 아주 싼값에 공급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이기에 이런 토속 국밥을 어렸을 적부터 손쉽게 접하면서 자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군을 떠나 시, 광역시에 자리 잡고 바쁘게 살아가는 나였기에 인스턴트나 라면을 더 익숙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가끔씩은 옛 생각이 날 때거나, 도심의 눈에 띄는 국밥 간판이 보이면 들어가서 한 번씩 국밥을 먹곤 하였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 옛날 시골에서 먹던 그 국밥의 추억을 찾기는 힘들었다.







 잠시만의 여유가 있던 어느 날, 아련한 국밥의 옛 추억이 생각이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밥이란 검색어로 녹색창에 검색을 하였다. 여기 저시 상술로 덧칠한 소개 글도 많았지만 개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ㅇㅁㅊ이라는 순대국밥집의 소개가 내 눈에 띄었다. 녹색창의 상술에 여러 번 속아 보았지만, 그래도 왠지 믿음이 가는 여러 블로거들의 추천글들과 맛깔난 사진을 보니 자연스레 마음을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리는 4-5킬로미터, 시간은 10분은 족히 더 걸릴 거리였지만, 옛 추억의 국밥을 먹어보겠다는 머릿속의 집념은 나를 저절로 그 국밥집으로 향하게 하였다.



 저기 위에 보이는 그 사진이 바로 그 집의 메인 메뉴, 거기 오는 모든 사람들이 앞에 한 그릇씩 놓고 허걱지겁 떠먹는 순대국밥이다. 저 사진은 내가 그곳을 너무 좋아라한 나머지, 네다섯 번을 연속으로 갔을 때 찍어 남긴 사진이다. 뽀얀 국물에 기름이 적당히 배어 있는 내장들이 듬뿍 들어있어, 보기만 해도 입안에 단백질과 침이 조화가 되어 머릿속의 뉴런까지 행복을 느끼기 시작하게 해 준다.



 우선은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서 국의 간을 보는 동시에 국물을 음미한다.


 이어 내가 원하는 적당한 칼칼함을 위해 다대기를 넣어준다. 다대기를 풀어 뽀얐던 국물에 약간의 붉은색을 감미한 후 본격적인 국밥을 느끼기 시작한다. 저기 뚝배기 바닥에 있는 쌀밥과 함께 내장을 한가득 숟가락에 담아 입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국물의 담백함을 기본으로 동시에 내장의 단백질과 지방을 맛을 더해, 밥알 알갱이들이 중간중간 섞여 탄수화물의 단맛을 더해 입안에서는 행복함을 씹는 느낌을 가져준다. 입안을 감도는 내장들, 이 내장이 소장인지 대장인지 아니면 어디 머리고기인지 분간이 잘 안 되지만, 입안에서 느껴서 씹히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들은 쉼 없이 나의 저작근을 움직이게 한다.  한번 느낀 행복함은 참을 수 없이 계속하여 같은 행동을 반복하여 입안은 탄수화물, 지방과 단백질이 함께 얼큰 칼칼한 담백한 국물과 어울림을 끊일 수 없이 계속한다.




 그래도 나름 순대 국밥집이라는 타이틀이기에 국밥 안에 예의상 순대가 몇 개 들어있다. 정말 몇 개다. 순대에 대한 예의는 국밥으로 숟가락을 통해 먹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을 통해서 식탁에 있는 새우젓을 찍어 따로 먹어 순대에 대한 맛도 따로 느껴본다. 매번 이곳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메뉴의 제목을 순대국밥이 아니라 내장순대국밥으로 바꾸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겁지겁 먹다 보면 뚝배기의 바닥이 슬쩍 보이기 시작한다.


 바닥이 조금 보일 듯하면 뚝배기를 살짝 기울여서 마지막 국물과 밥알 하나까지 모두 떠먹는다. 첫술의 담백한 맛이 마지막까지 온 입안에 감미롭게 돈다. 못내 보통 국밥이 아닌 '특'으로 처음에 시낄것이라는 아쉬움이 잠시 남지만, 뱃속 나의 내장안에 들어간 또 다른 내장과 국물을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다음으로 넘겨본다.







이곳 광역시에  산 지 어언 20년 째인데, 이제야 이런 국밥집을 알게 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러한 나의 아쉬움에 어느 날인가, 하루 두 번, 점심 저녁 식사를 저 뚝배기로 나의 배를 채운 적도 있었다.


 어느 비가 내리는 퇴근길에 갑자기 너무나 저 국물과 건더기가 생각이 나서, 먼 길을 돌아 돌아 순대국밥을 포장을 해온 적이 있다. 물론 집에서 먹는 국밥의 맛은 역시나 나의 입안을 감칠 나게 감쌓았지만, 집에서 순대국밥을 먹는 사람은 아쉽게도 나 혼자였다는 것은 좀 서글펐다.

 


 오늘 같이 여름 날씨 같은 뜨거운 봄날에, 왠지 저 뜨끈한 뚝배기에 담긴 감칠맛 나는  순대국밥이 또 생각난다. 뜨겁고 핫한 더위도 저 순대국밥 한 그릇이면 더위를 훅하고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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