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유효기간. 딱 30일 [ 돈 앞에 효자 없다 ]

by 경첩의사



돈 앞에 효자 없다

효자 유효기간. 딱 30일.



1.


[ 중증질환 산정특례 제도란 진료비 부담이 높고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는 중증질환에 대하여 건강보험 본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입니다.


일반진료 시에는 외래 30~60%, 입원 20%가 적용되지만, 산정특례 적용 시에는 입원, 외래 구분 없이 0~10% 적용됩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암, 희귀 질환, 중증 치매, 중증 화상,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중증외상에 해당됩니다. 기간이 달라 암, 희귀 질환, 중증 치매 경우에 5년 적용 기간이나 중증외상인 경우 30일간 적용이 됩니다. ]






2.


한 달여 전부터 내가 본 보호자 아들과 딸은 총 4명이다.


아들 셋, 그리고 딸 한 명. 자식 숫자가 전부인지 또 다른 자식이 있는지 모르지만 지난 한 달여 기간 동안 본 자식들이다.


불의의 사고. 말 그대로 중증외상환자이다. 80대 중반에 머리부터 여기저기 골절과 출혈이 발생하여 죽음의 문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나 생물학적 나이는 못 속인다. 제아무리 젊은 시절 건강관리, 운동하였던 몸이라 하더라도 80대 중반의 노인이라면 차로 치면 여기저기 잔고장에 새 차로 바뀌야 할 시점인 것이다.



출혈과, 골절. 그러나 그 후 나올 수 있는 합병증들이 하나씩 발생한다.


바로 폐렴이다.



결국 환자는 인공호흡기, 기도삽관을 하고 숨을 기계에 100% 맡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자식들의 간절한 기도는 이어졌다. 어떻게든 기력 회복, 폐렴에서 잘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앞서 말한 아들 셋, 그리고 딸까지 매번 중환자실 면회시간마다 와서 간절히 아버지의 회복을 바라고 또한 나에게 부탁하였다.


"어떻게든 살려주세요. 뭐라도 최대한 써서 살려주세요"


그러나 정확히 한 달이 지난 뒤, 자식들, 특히 큰 아들은 아버지 상태보다 돈 이야기만 하였다. 한 달보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이 병원비가 왜 이리 많이 나오나요? "

"지난 한 달 동안은 얼마 안 나왔는데 일주일, 지난 며칠 사이에 왜 이리 병원비가 많이 나왔나요?"


나는 정확한 병원비에 관련하여서는 모른다.


꼭 필요한 치료, 검사 등을 시행하고 그 모든 것들을 의료진들이 입력하면 원무과에서 총병원비를 계산하고 중간에 중간 정산이란 이름으로 보호자들에게 일부씩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상당수의 환자가 자보, 산재환자라 하여 자동차보험, 산재보험에서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이 많아 실제 개인이 내는 돈은 적은 경우가 많다.


아마도 한 달이 지난 시점과 그 이전에 원무과에서 보호자들에게 연락하여 중간 정산이라고 말한 액수가 상당히 차이가 나서 놀란 모양이다.





3.


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병이 길어지면 아픈 환자도 고통이지만 지켜보는 보호자, 가족 또한 언제까지 길어질지 모르는 투병 기간에 함께 지치고 고통스러워한다.


또한 현대의학이 발전됨에 따라 고령 환자에 대한 치료, 그리고 중환자 치료도 함께 발전하여 오랜 기간 치료가 길어진다. 20여 년 전 기억에 심각한 암이나 중증 병에 걸린 환자들 중 고령의 노인인 경우 처음부터 치료에 대한 의지를 미리 접고 수술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령 환자들도 적극적 치료, 고난도 수술을 받고 잘 회복하곤 한다. 그 이유가 상대적 신체적 상태가 좋아지고 동시에 의료기술들도 향상되었기에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불변의 진리는 없다. 제아무리 자식이라도 돈 앞에, 그리고 긴병에 효자는 없다는 진리이다.



대표로 큰아들이 나에게 말한다.


이제 더 치료를 해주지 마세요.

더 약물도 쓰지 말고, 추가적인 처치도 하지 마세요.

가능성이 있다면 집이라도 팔아서 하겠지만 가능성이 솔직히 없지 않나요?



차마.


" 이번 치료, 이번에 추가적인 처치를 하면 가능성은 다시 올라갑니다. "

" 단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하는 것입니다. "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내 입안에서 맴돌기만 하였다.


하지만 추가로 몸에 관을 더 넣고, 새로운 기계를 환자 옆에 붙여서 치료하여 확실히, 100%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보호자, 아들딸들을 설득해 보겠지만 모든 상황이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아들의 마지막 부탁은.


"아버지가 마지막에 편하게 고통 없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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