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모든 보고서를 서술(narrative)로 바꾸라고 했다. PPT로 보고한지 몇 십년째인데.. 그동안 잘 보고해 온 양식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모조리 뜯어고치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문이었다. 그러나 직장인이 별 수 있을까?
아마존의 것을 본 따 만든 A4 1장분량의 복무신조를 외우는 것도 모자라, PPT로 잘 보고하던 보고서도 모조리 워드로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아니, 왜 때문에 남의 회사 복무신조를 외우는거냐?)
사장님은 세로로 변경된 이상한 보고서를 흡족하게 보고 웃었고, 나는 열심히 부연 설명을 읊었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그 회사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웃긴건 상무급까지는 기존의 PPT보고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아마존에 심취한 사장님용 보고서만 워드로 바뀌었던 상황이다. 고로 실무자는 같은 내용으로 일을 두 번 했다. 가로 한 번, 세로 한 번. BS같음의 끝판왕.
이게 아마존이 원한 게 아니야, 이 바보들아. 아마존이 왜 워드 보고를 시작했는지 알고 지시하는 팀장은 아마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요약 뒤에 숨지 않는 깊이있는 생각과 표현을 원했던 베조스, 물론 아마존 직원들도 당혹스러워한 보고형태이다.)
아마존이 어떤 사업구조와 비전을 가지고 일하는지 알고 추종하는거니? (엄청나게 순화했다. 그 BS같은 회사에 대해서는 할.말.많. 그러나 나의 이너피스를 위해 더는 하지 않겠다.)
그만큼 나의 전 회사는 아마존을 겉핥기식으로 동경했다. 거의 윗분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다. 그와 베조스의 생각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팀장은 진심 단 한명도 없었으리라.
근무할 당시, 나의 작은 반항심으로 전 본부 직원에게 배부된 아마존 생존전략과 비스므리한 노란 책을 읽지도 않고 쳐 박아 두었다. 아마존은 분명 멋진 회사이고 그 회사에서 배울 점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걸 들여오는 방식이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내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니들이 준 책은 읽나봐라.
너희는 아무리 따라해도 아마존이 될 수 없어.
난 그들이 준 책을 읽지 않고, 아마존 주식을 샀다.
그리고 난 이 답 없는 회사를 이직했고, 나의 잔고는 금세 100%를 넘겼다.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는 중이다. 나의 객기 어린 선택은 옳았나보다. (물론 모든 주식투자자들이 지금은 승리자이지만)
그리고 나의 소중한 자산인 아마존을 순수한 지식의 습득 차원에서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의 예상대로 흥미로웠고, 언제나 결정의 중심이 '고객'인 경영철학은 멋졌다. 창업주만이 할 수 있는,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결단.
"자네는 왜 내 인생을 망치고 있지?"
일을 못하는 직원은 잘근잘근 씹어 뱉어버리고,
일을 잘하는 직원은 그의 등에 올라타서 그가 죽을 때 까지 일을 시킨다.
베조스와 함께 일하고 있지 않은 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멀리서 볼 때 그는 대박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가 BS같은 직원들에게 퍼부은 어록은 반 페이지정도를 채우는 데, 하나같이 창의적이어서 따로 챙겨두었다. 이런 똑똑하고 기발한 사람.
물론 어느 날 갑자기 베조스가 내게 와서 "어이, M과장! 아마존에 와서 일해보지!" 한다면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에게 갈 것 같다. 그만큼 아마존은 배울 점이 많고 매력적인 회사이다. 아마도 전 회사의 사장님은 베조스의 저런 면모와 기업문화를 보고 혹한 것 같았다. 워워.
그가 직원들에게 좋은 대표였는지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주주들에게는 최고이다. (비록 초초 소형 주주이지만, 알럽♡) 누가 뭐래도 베조스는 비전과 규모, 매출, 발전 가능성, 거의 모든 면에서 아마존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운 탁월한 창업주이다. 그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아마존은 없다.
"그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이유는 우주로 가기 위해서에요."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세계 최고 부자에게도 어린 아이처럼 우주로 가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아니 작지 않지. 큰 소망이며 심지어 이룰 기세다. 아마존의 미래는 감히 상상도 안 된다.
고로 몇 안되는 주식이지만, 상승의 물타기를 좀 할 순 있어도 나는 이게 얼마가 되든 팔지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 지금 묻어둔 이 작은 돈으로 그가 준비한 우주선에 타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BS들아, 남의 복무신조 읊지말고 지금이라도 1주 사.
한줄평. 아마존이 왜 지금의 아마존인지,
수많은 아마존 책 중에서 그들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 ★ ★
※ 참고사항. 20년 3월에 1,600달러인 아마존 1주는 21년 1월 오늘 현재 3,182달러입니다. 언제 사도 늦지 않은 회사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판단은 본인이) 대박 꿀 정보를 드렸는데 하트는 한번 눌러주시죠? ^^
by. 오늘 출퇴근길 책, M과장
(잡학다독가 M과장의 도서 실시간 리뷰는 인스타에서... @md1review )
ps. 연애칼럼 기다리신 독자님들 죄송합니다. 서평도 월에 1개는 쓰고 있어서^^;; 금방 쓸게요. 서평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인스타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