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한 진짜 이유

서른 중후반의 만남과 사랑 (feat. 망한 썸)

by M과장

연애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너무 스킬적인 부분만 언급한 것 같아 문학인으로서 약간의 죄책감이 든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함께할 사람을 찾는데는 방법론보다 중요한 게 많은데..


그러기엔 우린 너무 바쁘다



'시작'은 쉽다.


다시 한 번 고백하건데, 나는 연애 고수가 아니다. 그저 순간을 기억하는 글쟁이일 뿐. 연애란 아무 것도 아니면서도 어려운 것이지만, 시작조차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을 뿐이다.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 중에는 나를 진지하게 혹은 가볍게 생각하는 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 한 편엔 늘 '나와 다른 새로운 연애 종족'을 만나 기록하기 바쁜 외계인에 더 가까웠다.


무슨 생각으로?

쟤는 왜 저러지?


때론 앞에 앉은 자의 문장을 잊지 않기 위해 조용히 핸드폰 메모장을 켜는 경우도 있었다.

잠깐! 당신의 지금 그 말이 너무 아름답거나, 혹은 빙신 같군요.


참고로 아름다운 것 보단 빙신같은 사례가 정말 많은데, 기회가 되면 모아서 발행해보겠다.




사랑의 고찰에 앞서, 최근에 인상깊었던 메모의 에피소드를 들려줄까한다. 지적이고 언어적인 관심과 능력이 훌륭하고, 여가도 취미도 삶도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었다. 무난한 애프터 신청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고갈 때 쯤 끄적였던 문장이다.




삼십보다 사십의 줄이 더 가까워진 남녀의 대화.

"왜 우린 지금까지 인연을 만나지 못했을까요?"

"글쎄요, 근본적으로는 저한테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의 인터뷰스러운 물음에 그는 사십 즈음까지 결혼을 못한 근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렸다. 여성과 대화하고 만나는 과정이 스무스한 걸 보니 연애는 곧잘 해 왔던 사람이다. 정말 이 마저의 센스도 없는 사람이 참 많다. (그 동안 뭐했니? 이 매거진을 구독하렴.)


덧붙여 말한 그가 '아직 미혼'인 이유들에서도 남탓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그 연인과 헤어진 것도, 혹은 헤어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끄는 것도, 썸남과 더 진전되지 못하는 것도, 지난 연인의 연락처를 지우지 못하고 술 마실 때마다 연락을 하는 것도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연애 뿐만이 아니다. 지금 당신의 삶이 다소 힘든 이유, 당신의 연애가 잘 안 풀리는 그 모든 이유의 중심엔 내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주로 남탓을 한다. 니가 그래서 내가 이랬어. 심지어 바람을 피우고 마음이 식어가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이유를 찾으려한다. 결국 변한 건 나의 마음인데. 그래야 조금은 내 마음이 편해지니까. 그래야 내가 선한 사람이니까.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반성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이 대견해보였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안, 플랫화이트가 담겨있는 커피 잔엔 노을이 흘렀다. 몇 번 보아 조금 익숙해진 그의 얼굴이 다소 낯선 형상으로 다가왔다.


'관심'은 상대방의 '선함'을 인지하는 순간 시작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취소 되었습니다.' 내가 보낸 선물이 취소된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래, 굳이 전 여친오래 전에 낸 음료 나부랭이를, 카운터 앞에 서서, 카톡 항목을 뒤져가며 들이밀 기분은 아니었겠지. 이해한다.


우린 사이버세상에서 만나고, 선물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소비한다. 까맣게 잊고 있던 이별의 재확인 역시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하고 있는 셈이다. 설령 상대방과의 모든 연락수단을 차단한다 할지라도, 그와 공유했던 순간은 어딘가에 남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굳이 재확인할 필요없는 '이제 생판 남'의 거절 메시지 따위는 카톡에서 알아서 차단해주면 안되겠니?


현재엔 최선을,

가치평가는 신중히,

손절은 빠르게


주식과 연애가 통하는 부분이다. 카드명세서 곱게 찍힌 여러 행선지들의 결제는 익월 15~20일, 참 많이도 돌아 다녔다. 그의 명세서엔 더 많은 장소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인생 수업료라고 생각하렴.


왜 나는 그와 오래가지 못했을까? 선물 취소 메시지를 받은 순간, 잠시나마 '반성적 사고'를 해보았다. 순전히 그의 잘못의 비중이 크다고 믿어왔던 이 이별도 결국은 내 탓이었을까? 나도 '노을남'처럼 잠시 성숙한 인간이 되어보기로 했다.



연애는 시작보다 '유지'가 어렵다.


상대가 떠날까 생기는 불안. 그런 불안증에 질려버리는 상대방. 상대가 뭘 하는지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 혹은 무관심한 사람. 금방 식는 사람, 귀찮아하는 사람. 더 나아간다면 현실적인 집, 돈 문제와 부모님의 노후까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이란 걸 하는데 뭐 이리 많은 '적당함'이 요구되는가? 자잘한 현실적인 요소들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가 서로를 '사람 대 사람'으로 순수하게 궁금해하고, 알아가고, 사랑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한 걸까?


나도 많은 썸을 말아 먹어봤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미 알았을 것이다. 노을남 에피소드는 나의 망한 썸 중의 하나라는 걸.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상대가 알아채는 순간, 썸이 망할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어떻게 상대의 관심의 끈을 유지시키면서, 결국 나로의 정착을 결론 짓느냐의 문제이다. 연애 스킬 따위 연마하고 싶지 않아도, 조금은 알아야할 이유이다.



어쩌면 이 칼럼은 해법이 아닌 반성문에 가깝다. 제발 너도 나도 다음엔 저러지 말자. 반성적 사고는 늘 인생을 업그레이드시킨다. 나도 관심 밖 무지렁이들 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한 연애를 시작하고 지속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


소름끼치는 사실을 하나 말해주자면, 이 칼럼의 제목이 '요즘 연애 성공법'이 아닌 '요즘 연애 시작법'이란 사실이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 따윈 잊자. 내외면적인 나를 가꾸고, 마음 씀씀이를 곱게 하면, 언젠가 보석같은 당신을 알아보고 사랑해 줄 '선한 사람'이 나타날테니. 방법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같이 알아가보자. 식상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 않는가.


물론 시작조차 어렵다면 일단 이 채널은 계속 구독하는 걸로. 설령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되도 한번 피식할 정도의 웃음을 지은 글이라면 하트는 눌러주는 아량을 베풀어주시길 바란다.


선한 사람에겐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필자는 '썸남의 선함' 뿐만 아니라, '구독자의 선함' 역시 믿는다.


by. 요즘 연애 시작법, M과장


ps. 을지로 모 와인바 사장님,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책의 저자님께서 제 글을 읽어주신다니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의 그림은 와인으로 채워봤습니다. 조만간 뵈어요~







[브런치북 개정판을 재발행하며]

그 후.. 일 년


시대가 정한 적정 나이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더라구요. 어딘가 짝은 있고, 결국 그 한 명을 찾는 여정입니다. 스스로를 믿고 계속 더 나아지고 나아가세요. 그때까지 사랑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연애 칼럼을 마치고 결혼 칼럼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준 예비 신랑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브런치북을 마칩니다.


기회의 접점을 늘리면 어딘가엔 있습니다. 사회가 노처녀 평범녀라고 정의한 저도 꾸역 꾸역 이렇게 사랑해왔습니다. 마삼오 우리 부대원의 사랑과 인연을 응원합니다.


서울에서

연애훈련대장, M과장 올림


요즘 연애 시작법 만남편 & 심화편, 구독,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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