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서 사귀기 전까지의 애매모호한 사이, 썸. 썸의 목적은 연애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의 '연애를 위한 초석을 까는 단계'이다.
안정적인 연애를 위해서는 이 단계에서, 나와 상대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교환하는 게 좋다. 이름하야 썸, 필수 질문 패키지.
하나. 상대를 알아보는 질문
어릴 땐 세상이 끝날 것처럼 싸우기도 하고, 상대방을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은 나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맞춰주려고 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자신의 성향은 바뀌진 않는다.
집돌이는 사귀면 더 집에 있으려고 할 것이고, 나를 환승이별로 만난 사이라면 언젠간 다른 X를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이미 삼십년 가까이 그렇게 살아왔는데 고작 몇 달 만난 나의 말 몇 마디에 상대가 바뀔 일은 없다.
썸 단계에서 정신 차리고 봐야 하는 건 바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습득이다. 아직 잘 모르는 사이인 경우, 질문에 잘 답해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우린 이 황금기를 놓쳐선 안된다.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어요? 왜 헤어졌는지 물어봐도 되요?" 이미 상대는 당신의 어떤 것이 마음에 들어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니, 그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그가 미치도록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더 좋다. 이날의 습득은 나중에 연인으로 발전되었을 때 최소한의 파국은 막을 수 있다.
둘. 나를 알리는 질문
대학시절 좋아하는 선배가 저 끝에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대상의 모든 행동과 말에 귀 기울이기 마련이다. 아직 약발이 먹힐 때 당신의 주요 정보를 주입하라.나의 취향, 하고 싶은 것, 같이 가고 싶은 곳, 연애 로망 등등.
단, 위에서 물었던 나의 연애적, 개인적 성향은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그저 같이 하고 싶은 즐거운 것들에 대한 정보를 주면 된다. 상대에게 질문하고 역 질문을 받는 식이면 자연스럽다.
당신이 살펴할 건, 내가 정보를 준 이후 그의 반응이다. 그가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라면 어떻게 해서든 기억해서 조금이라도 해 보려 할 것이고, 가볍게 찔러본 단계라면 어떤 정보를 들었더라도 다 잊어버린다.
성사된 썸보다 말아먹은 썸이 더 많은 이유
생각해보라. 지난 썸들이 잘 되어서 다 사귀었으면 나는 이 글을 쓰지도, 당신도 내 글을 읽고 있지 않을 것이다. 썸이란 당장 내일 연락이 어제와 같지 않다해도, 어제와 다른 텐션의 찬바람이 분다 해도 아무 말을 할 수 없는 아무 것도 아닌 사이이다.
썸 단계에서 중요한 건, 당신의 행동이 상대의 예상을 너무 많이 빗나가지도, 너무 정확하게 들어맞지도 않아야 흥미의 끈을 이어갈 수 있다. 나를 슬쩍 알리며 상대를 파악하는 그 기간에 당신이 해야할 건 또 하나가 있다. 내가 이 자연 그대로의 이 사람을 감당할 수 있을까? 굳은 결심?
인생에 정답이 없듯, 연애에도 정답이 없다. 어떤 남자는 만나지 마라, 어떤 여자는 걸러라. 굳이 남의 말 들을 필요도 없다.
사치가 심한 여자 거르라고? 당신이 돈 충분히 벌고 여자가 내 스타일이면 누군가는 OK이다. 돈 아끼는 남자는 거르라고? 나중에 길 바닥에 앉는 것 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함께 아끼며 살아갈 수도 있다.
인생은 다 제 멋에 사는 것. 오답은 없다.
연애는 정답이 없는 취향의 영역이다.
만약 썸남 혹은 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증발했나? 여기에 정답을 말해주자면, 상대방은 어느 날 갑자기 상대가 감당할 수 없는 당신의 어떤 지점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쉬우면 잡아보되, 상대가 자진해서 돌아오기 전 까지는 이미 요단강을 건넌 사이라는 건 기억하도록.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엄마도 포기한 당신의 성격과 취향과 버릇을 떠올려봐라. 당신 역시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매 순간 서로 다른 인생을 산 상대에 대한 배려와 노력을 할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함께 해 볼 수는 있다. 너무 빨리 포기하지도, 너무 참지도 말자.
연애란 인생의 전부가 아닌 옵션이다.
인생이라는 자동차는 옵션이 없어도 잘만 굴러간다. 다만 좀 더 시원하거나 좀 더 멋진 외관을 가지면 더 좋으니까 우린 그런 것들을 선택하고 가꾸는 것 뿐이다. 필요한 옵션은 장착하고 거지같은 옵션에 목 메지 마라.
옵션이고 나발이고 차의 레벨자체가 마음에 안 들면자금을 더 모아서 차를 바꾸는 게 답일 수도 있다. 연애 시장에서의 자금이란, 당신의 사회적인 가치이다.가는 세월 넋 놓고 볼 수 없다.스스로를 외적,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가꾸고, 갖고 싶은 존재로 만들자. 말아먹어도 당당하게, 다음 출고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