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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유발! 3색 이야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by 명선우

1. C급 모델

젊은 시절, 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곤 했다. 그때 친오빠가 다니던 회사에서 새로운 네일 상품을 출시하면서, 농담처럼 나에게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고 회사 제품을 홍보해 줄 수 있냐고 제안했다. 나는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고, 회사에 출근해 그 이야기를 자랑하고 싶었다.

이마트 주얼리 코너에서 근무하던 나는 옆 코너의 ‘현이’에게 이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줬다. 현이와 나는 허물없는 사이였다. 이야기를 들은 현이는 “언니가 나레이터 모델을 하면 C급이겠네, C급!”이라며 장난스럽게 놀렸다. “다리만 예쁘면 뭐 하냐, 얼굴이 별로인데,”라며 웃고 있는데, 마침 담당 남자 PM이 지나가다가 이 대화를 어설프게 들었나 보다. 내 앞에 와서 스치듯 한마디를 남기고 갔다.

“아니, 무슨 명 과장이 C컵이냐고? 딱 봐도 A컵이구만!”

현이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웃으며 나를 더 놀렸다. 순간 민망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저 유쾌한 추억이다.

2. 한 끗 차이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 나와 동갑내기 친구 셋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헬스클럽 트레이너들과 단체 소개팅을 하기로 했는데, 소개팅에 나갈 친구들이 갑자기 못 오게 되어, 유부녀인 나와 또 다른 친구까지 대타로 가게 되었다.

조금 망설여졌지만, 소개팅을 했다고 꼭 사귀는 것도 아니고, 무료한 일상에 신나는 이벤트가 생긴 것 같아 결국 네 명이 함께 소개팅에 나갔다. 술잔이 오가고, 오랜만에 낯선 남자들 앞에서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런데 내 친구 덕이가 조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재민이가 너무 귀여워요. 그래서 예쁜 짓 할 때마다 사탕을 하나씩 주는데, 그때마다 재민이가 ‘숙모는 너무 예뻐요!’라고 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던 남자 중 한 명이 “이모도 아니고, 고모도 아니고, 숙모요?”라고 되물었다. 그 한마디에 덕이가 유부녀라는 사실이 들통나 버렸다. 우리는 남자분들에게 연신 사과했고, 소개팅 자리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 일을 통해, 말 한마디가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모도 아니고 고모도 아니고 숙모라니? 한 끗 차이가 생사를 가른다.

3. 내가 키운 것은?

나는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곧바로 아이를 가졌다. 신혼도 없이 바로 엄마가 된 셈이다. 입덧도 없이 식욕이 왕성해져 앉은자리에서 삼겹살을 3인분씩 먹을 정도였다. 겨우 임신 5개월이었지만, 내 배는 이미 만삭처럼 불러 있었다.

동네 분들이나 친척들은 내 배를 보며 쌍둥이를 가진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역시 혹시 쌍둥이일까 하는 생각에, 동네에서 가장 최신식 산부인과를 찾아가 정밀 검진을 받았다.

젊은 남자 의사가 내 배를 초음파로 한참 살피더니, “엄마, 이건… 살이에요. 살쪄서 배가 나온 거니 다이어트하셔야겠어요.”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 의사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내 식탐이 뱃속의 아이가 아니라 뱃살을 키운 것이었다니!

이 경험을 통해, 임신 중에도 건강을 챙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내 삶에는 피식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가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이런 유쾌한 이야기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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