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누군가가 아닌, 나를 구합니다
쉬는 날이었다.
아침엔 알람도 없이 눈을 뜨고, 천천히 움직였다.
늘 그렇듯, 사람들은 더 잘살기 위해, 더 잘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오늘을 놓쳐버린다.
지금 이 순간, 아주 소중한 오늘을.
타로 상담 채팅창에 누군가 글을 남겼다.
“축 처져요.”
비 오는 날.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괜히 오지랖이 발동한다.
“00님, 기분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요?”
“어떻게요?”
“’ 축 처지네요’ 대신, ‘차분하네요’는 어때요?”
“이 말이 정답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감정을 쓰고 있느냐가
내가 머무는 의식의 자리를 말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하루, 기왕이면 다른 에너지로 보내보시는 건 어떠세요?”
“예~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말이죠?”
“맞아요!”
“그럼 달달한 치즈케이크라도 먹어볼까요?”
“치즈케이크 한 조각이면 기쁨이 오겠네요. 금방 기분 전환 되실 거예요.”
“예~ 기분이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날의 공기가 살짝 바뀌었다.
기분 하나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 의외로 잘 안 된다.
안 좋은 기분에 머무는 게 어느샌가 습관처럼 익숙해진 탓일까.
오후에는 오랜만에 아들을 만났다.
몇 달 만이었다.
함께 IMAX 영화관에서 ‘슈퍼맨’을 봤다.
늘 마블에 밀리던 DC가 이번엔 제대로 칼을 갈았는지,
액션과 감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예전 슈퍼맨들이 슬며시 잊히는 기분이었다.
첫 슈퍼맨을 봤을 땐, 지금 아들보다도 어렸던 나였다.
이제는 그 이야기가 다시금 재해석되어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문득, ‘바가바드 기타’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릴 적 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나를 구해줄 슈퍼맨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세상은 그렇게 험하지도 않았고,
슈퍼맨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그런 슈퍼맨이 필요 없는 나 자신이 가장 온전하고 괜찮은 존재였다는 것을.
이제 내가 나에게 슈퍼맨이 되어 나 스스로를 구원하고 있다.
그리고 난 내 감정과 내 삶의 방향쯤은 너끈하게 이끌고 가는 히어로이다.
또한 타인의 감정과 기분 하나쯤은 바꿔주는 소박한 동네 히어로.
온라인의 슈퍼맨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