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꾼다
내가 한 행위가 나중에 어떤 결과가 되어 돌아온 적이 있으신가요?
가장 간단하게는 노력한 시험의 결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쏟았던 애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물며 화분에 심어둔 작은 상추조차 정성껏 돌보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좋은 수확을 안겨줍니다.
재작년, 문화센터에서 인문학적 독후감 쓰기를 배울 때였습니다.
지도 강사님이 들려주신 실화 하나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사업이 어려웠던 김 모 씨.
주변에 아무리 손을 벌려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던 한겨울이었습니다.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듣고 급히 지방으로 내려가려 서울역으로 향하던 길, 지하통로 한켠에 고개를 숙이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노숙자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상하게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고 해요.
기차 시간은 촉박했고,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던 노숙자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자신이 입고 있던 겨울 파카를 벗어 덮어주었다고 합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그 모습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그 자신의 모습 같았을지도 모르지요.
다행히 양복이 제법 두꺼워 견딜 수 있었고,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길을 재촉하는데, 뒤에서 노숙자가 외쳤답니다.
“고맙습니다아아!”
긴 지하통로를 울릴 만큼 길고 큰 인사였다고 해요.
혼자 씨익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 울림은 계속 마음속에 메아리쳤다고 합니다.
몇 달 뒤, 김 씨는 가까스로 형제들의 도움으로 도산 위기를 넘기고 큰 계약을 따내기 위해 지방으로 향하게 됩니다.
며칠 밤낮을 일한 탓에 피곤이 몰려왔고, 따뜻한 히터 바람에 눈꺼풀이 자꾸만 무거워졌습니다.
‘큰일 나겠네. 다음 휴게소에서 잠깐 쉬어야지.’
조심조심 운전하던 중,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고 합니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 모를 암흑 같은 침묵 속에서 어디선가 들렸던 소리.
“고맙습니다아아!”
분명히 들었던, 익숙한 동굴 같은 울림.
그 인사에 번쩍 눈을 뜬 김 씨는 마주 오던 트럭의 불빛을 보고 황급히 핸들을 꺾어 급정거했습니다.
간신히 트럭을 피한 그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해요.
그 목소리는 분명, 자신이 몇 달 전 겨울 파카를 벗어줬던 노숙자의 인사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등줄기와 팔에 돋았던 소름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이후, ‘인과응보’라는 말을 다시 새기게 되었습니다.
내가 한 작은 행동 하나가,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온다는 것.
생각해 보면 우리도 매일 그런 순간들을 마주하잖아요.
지하철에서 자리 하나 양보할까 말까.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도울까 말까.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말 한마디 건넬까 말까.
사소한 것 같지만, 그 ‘사소한 것’이 누군가에겐 하루를 바꾸고, 때로는 인생을 바꿉니다.
김 씨의 겨울 파카 한 벌처럼 말이죠.
우리가 베푼 작은 친절이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생명을 구하는 순간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로 돌아올 수도 있지요.
그런데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아닐까요?
오늘도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 하나 나눌 기회가 있다면,
그냥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온기가 언젠가, 또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