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야기
퇴근 후 하천길로 걷는데 방송이 나옵니다. 하천 범람 예정이니 우이천을 걷고 있는 시민들은 밖으로 나오라고 합니다.
저는 아직 하천이 잠기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데 뭔 설레발이지? 싶었다가 ‘아차~ 예보라는 게 위험이 닥치기 전에 해주는 거지? 맞아! 사고는 늘 알려줬는데도 경고를 무시했던 그 후에 생겼어!’
하천을 벗어나자 주 출입구들이 주차장 차단기처럼 내려옵니다. 아직 방송을 듣고도 무시한 시민들은 삼삼오오 비를 피해 다리 밑에서 수다를 떨고 계시더군요.
하천은 범람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방송이 나올 정도면 내리는 양과 속도를 계산해서 예보를 하는 걸 텐데.. 좀 그렇더군요.
제가 모시는 스승님께서도 늘 예고와 예보를 해주시는데, 저는 “설마 지금 그런 일이 생길까…” 하면서 하천이 넘실대는 다리 밑에서 수다 떨고 있는 지역주민이면 어쩌나 싶네요.
그런 경각심과 되돌아봄이 일어납니다.
며칠 동안은 물구경이었는데, 이젠 우리 동네 물난리가 될까 봐 걱정됩니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고 이기적임을 반성하게 됩니다.
감정은 타로에서도 물로 표현됩니다.
물이 흐르고 넘치면 모든 것을 쓸어버립니다. 그 힘이 사실 불보다 더 무섭습니다. 대피할 시간도 없이..
하천의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처럼, 저는 얼마나 많은 삶의 예보를 외면하며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몸의 신호, 마음의 경고, 관계의 위험 신호들…
모든 것이 갑자기 닥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리 알려주는 신호들이 있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예보에 귀 기울이고, 경고를 겸손히 받아들이는 지혜를 키워야겠습니다.
범람한 후에 후회하지 말고, 미리 대비하고 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습니다.
제 감정의 물길도, 인생의 물길도 지혜롭게 다스리며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