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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한 번, 장흥으로 가는 길

장흥의 깊은 매력 속으로

by 명선우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은 장흥의 스승님을 뵙고, 한 달간의 수행을 점검받는 날이다.

나만의 순례일이자,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다.


서울에서 전라남도 장흥, 그중에서도 관산읍 신평이라는 작은 마을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다. 왕복 열두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심야버스를, 때로는 KTX를, 때로는 도반의 차를 얻어 타고 카풀을 하기도 했다. 강진이나 장흥에 도착하더라도 신평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어, 택시비만 3~4만 원이 든다.


최소 경비로 이동하려면 서울-광주-관산-신평 코스. 군내버스를 포함해 편도 8만 원, 8시간이 소요된다.

반대로 가장 빠른 방법은 15만 원을 들여 6시간 만에 도착하는 길이다. 매번 시간과 비용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이번에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남도 한 바퀴’라는 지역 연계 관광상품 중 월요일 코스인 ‘장흥·강진 투어’를 활용한 것이다.

광주 송정역에서 출발해 장흥과 강진을 돌아 광주로 돌아오는 코스다. 요금은 단돈 12,900원.

나는 이 중 장흥 코스까지만 이용하고, 중간 하차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행이 아닌 여정

광주 송정역에서 버스에 올라 처음 도착한 곳은 (구) 장흥교도소.

폐교도소를 테마파크로 조성해, 감옥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장소다.

‘고립’, ‘단절’, ‘제약’이라는 감옥의 핵심 구조를 체험하며, 인간에게 형벌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는 뻔하지만, 이곳에서는 묘하게 다르게 와닿는다.

어쩌면 이 한 시간 남짓의 감옥 투어는, 스스로에게 씌운 관재구설의 액운을 털어내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짧게 들어갔다 나오는 ‘징역 1시간’의 경험은 나름의 정화 시간이 되었다.


이어 장흥 토요시장에서 중식을 해결하고, 월넛 치유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귀족 호두’로 불리는 월넛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다.

운 좋게도 관장님이 낸 깜짝 퀴즈를 맞혀 5만 원 상당의 호두 상품을 받게 되었다.

작은 자랑 하나쯤은 괜찮겠지.

이날 광주, 함평, 무안 일대에는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있었지만

장흥은 눈부시게 맑았다.

나는 늘 날씨 요정이지만, 주변 상황을 생각하면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장흥에서의 진짜 여정은 그때부터


정식 코스는 강진의 백운동 원림까지 이어지지만, 나는 장흥읍에서 미리 하차했다.

지나가던 도반님의 차량을 얻어 타고, 드디어 스승님이 계신 신평 마을로 향했다.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매달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례의 길이다.

겉으로는 늘 똑같지만, 내면은 매번 다르다.

그 달의 마음을 안고, 흔들림과 중심을 스승님 앞에 펼쳐 보이며 정리받는 시간.

나에게는 이 하루가 한 달의 ‘숨골’ 같은 존재다.

스승님 댁 근처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산리 푸조나무가 있다.

수백 년을 자리를 지켜온 이 나무 앞에 서면, 나의 말과 생각은 자연스레 가라앉는다.

“이 나무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고 있다.”

이 단순한 진실이 위로처럼 스민다.

그리고, 늘 마지막 코스로 들르게 되는 곳—

청태전 발효차를 판매하는 천관다원.


이곳에서 마신 차는 정말로 고급스럽고 깊은 맛이었다.

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씻어내는 듯한 느낌.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차가 나를 마신다”는 말이 떠오를 만큼.


수행, 길 위에서 완성되다


수행은 어떤 특별한 기술이나 비법이 아니다.

그저 이렇게 한 달에 하루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는 것.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보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조금 더 단정해지는 과정.


장흥은 나에게 그런 땅이다.

자연과 수행과 인간적인 온기가 공존하는 고요한 장소.


지친 도시를 벗어나 잠시라도 그 품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장흥을 추천하고 싶다.

그 여정이 여러분께도 조용한 울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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