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흔든 건 의심이었지만, 나를 지킨 건 믿음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월요일 아침, 무거운 기압 탓에 몸이 나른했다. 출근길부터 짐작은 했지만,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매출에 대한 압박이 밀려왔다.
최근 일어난 고가 다이아몬드 분실 사건. 직원 모두가 용의 선상에 올라 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느끼게 된다. 고가 제품을 취급하는 업종에서는 도난과 분실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걸.
이런 일들은 느슨해진 일상 속에 불쑥 들이닥쳐, 마치 민방위 훈련처럼 우리 내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00 직원이 힘들어했다. 경력이 적은 그는, 평소 청렴결백한 성품답게 억울함에 분노하며 속내를 털어놨다.
“날 뭘로 보고 도둑취급을 하는 거예요? 나를 겨냥해서 그런 말을 한 거 아닐까요? 너무 화가 나서 미치겠어요. 요즘 잠도 안 와요…”
보통은 위로로 넘기기 마련인데, 그날은 달랐다. 측은한 마음에, 아니 어쩌면 나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모른다.
“00님, 지금 도망가시려는 걸 불쾌하다는 감정으로 포장하고 계신 것 같아요. 어떤 결정을 하시든 존중하지만, 그건 현실을 외면하고픈 마음이 만든 오해 같아요 “
“여기서 기분 좋은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가져간 게 아니잖아요. 상황이 나를 상처 입히는 게 아니라, 회사를 그만두고픈 이유로 ‘자존심 상한 내 마음의 상처’를 이유로 들고 계신 듯해서요 “
그는 조용히 듣다가 말했다.
“제 속을 꿰뚫어 보시네요. 맞아요, 다른 회사에서 자꾸 이직 제의 연락이 오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상황이 해결된 후에 떠나세요. 우리는 손을 대지 않았고, 그 사실은 곧 드러날 거예요. 그 후 사과를 받고 나가는 게 더 멋지잖아요. 지금은 우리 일을 묵묵히 해내면 됩니다.”
말을 마치고 나니, 내가 너무 단정적으로 말한 건 아닌가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아는 척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는데. 어쩌면 그에게 한 말이면서, 동시에 나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며칠째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깨어있는 사람인 척, 여유로운 척하려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생각해 보면, 위기의 순간 우리는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하나는 상황을 핑계로 도망치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상황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것.
00님께 한 말은, 결국 내게 한 다짐이었다.
누구나 의심받으면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 상처가 나를 정의하게 둘지, 아니면 딛고 일어설 자양분으로 삼을지는 내 선택이다.
결백함은 저절로 드러난다. 그것은 매일의 성실한 태도와 작은 실천에서 증명된다.
이 사건도 언젠가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이 시기를 어떻게 견뎌냈는지로 기억될 것이다.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제자리를 지키며, 동료를 향한 염려를 잃지 않았던 사람으로.
또한 아무도 손대지 않았기에 모든 순간 부끄러울 게 없는 결과로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