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속에서 발견한 팔찌가 가르쳐준, 솔직함과 자기 성찰의 순간
매장에서 거래처로 팔찌를 맡긴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날 나는 단순한 심부름을 했을 뿐이다. 팔찌를 건네고, 주문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끝난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며칠 뒤, 팔찌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상사는 심부름했던 내 기억을 믿어주었고, 거래처가 잘못을 인정하길 바라며 CCTV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혼자 팔찌의 행방을 추적했다. 매장 구석구석도 들춰보고, 진열장 아래도 쓸어봤다.
서랍을 열어보고, 가방을 뒤지고, 머릿속을 더듬었다. 아무 데도 없었다. 기억은 내 편이 아니었다.
오늘 새벽, 여행을 떠나기 전 빨래를 널다가 세탁조 바닥에서 반짝임을 보았다.
손을 뻗어 꺼내니, 사라졌다고 난리가 났던 그 팔찌였다.
기쁨보다 당혹이 앞섰다.
어떻게 세탁기 안에 들어갔을까.
어떤 경로를 거쳐 거기까지 왔을까.
끝내 알 수 없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에고가 속삭였다.
‘그냥 매장에 몰래 놓고, 청소하다 발견한 척하면 편하지 않을까?
상사가 철떡 같이 날 믿어주는데 내 집 세탁기에서 팔찌가 나왔다면 믿어줄까?‘
그 목소리 옆에서 양심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을 덮는 일이다.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고 ‘
나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보고하자.”
그래서 보낸 문자.
팔찌 찾았습니다!
일단 영문은 모르겠고, 기억은 없습니다.
찾은 장소는 저희 집 세탁기 세탁조 안에서 발견했습니다.
제가 추정해 보면 그날 입은 바지 주머니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계속 세탁조 바닥에 있어서 제가 발견이 늦었나 봅니다.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고, 거래처와의 신뢰가 다치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수요일 회사 근처에서 스터디 모임이 있습니다. 매장 근처이니 갖다 놓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편 팔찌를 찾아서 안심입니다.
삶은 늘 이런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기억은 확실하다 믿었는데 사실과 어긋나고, 설명은 논리적이지만 설득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해명하려 애쓰지만, 결국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하루를 채운다.
오늘의 팔찌처럼.
설명되지 않는 것이 내 앞에 놓일 때, 나는 겸허해진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일 때, 삶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배운다.
진실을 이기는 거짓은 없다.
솔직함으로 뚫고 나갈 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당당할 수 있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우리의 삶을 채운다.
나는 오늘, 팔찌와 함께 그 진실을 세탁기에서 건져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