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의 고삐를 쥐다

답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by 명선우

보리암의 아늑하고 편안한 기운을 뒤로하고,

인근 호프집에서 간단한 뒤풀이를 하며 덕담을 나누던 자리였다.

마침 갖고 있던 타로로 새해 질문을 받아 즉석에서 리딩을 해주게 됐다.


유독 남자분들께만 후하지 않은 내 리딩.

카드는 직접 골랐으니 불만은 없었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결과에 동의하지 못했다.

카드 너머에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던진 질문의 배후를 스스로 모르고 있는 듯했다.

답답하게 펼쳐진 카드들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은 둘 중 하나였다.

질문이 잘못됐거나, 내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거나.


다시 질문을 떠올리며, 내가 카드를 다시 뽑았다.


학원장인 친구의 질문은 이랬다.


2026년에는 원생이 2배 이상 늘어날까?

—사업 번창을 바라는 질문이었다.


그날 나온 카드는 별, 이름 모를 카드, 소드 3.

조언 카드는 현자였다.

나는 학생 수는 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초심을 잃지 말고 가르침에 집중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지금 돌아보면 다소 허영 섞인 조언과 함께.


리딩을 듣던 친구는 당혹스러워했고, 약간 부끄러워했다.


하루가 지나도 그 리딩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다시 카드를 뽑았다.

카드는 말하고 있었다.

그는 잘 가르치는 선생이다.

자부심이 크고, 컵의 킹이자 컵의 퀸이다.

학생을 세심하게 돌보고,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

올해는 조용한 입소문도 날 것이다.


다만 너무 섬세해서, 사람에게 상처받을 수 있겠다.


조언 카드로는 완드 퀸과 9 현자카드가 나왔다.

전문성을 더 깊이 파고들라는 말이었다.


2025년 늦여름, 강원도 고성에서

나는 그에게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돈을 벌고 싶다면 학원을

‘강남 학원 진출을 위한 레벨테스트 점수 올리는 수학 학원’으로 만들라고.


가르침을 사랑하는 수학 강사에게

그만큼 아픈 말도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카드는 말한다.

뭔가를 더 심화하고 특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조언을 다시 전하지 못했다.


향수 공방을 운영하는 여사장의 질문은 단순했다.

2026년, 술술 잘 풀릴까?

술술 풀릴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딩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리더의 말보다 자신이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토해내듯 쏟아내는 태도 때문이었다.

순응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의지대로 끌고 가려는 질긴 고집이 느껴졌다.

나는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리딩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오늘, 다시 카드를 뽑았다.

혹시 내 편견이 리딩에 개입했을까 봐.

희한하게도 펜타클 카드만 줄줄이 나왔다.

얼마나 사업에 영혼을 갈아 넣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큰 위기가 한 번 오겠지만,

사업의 형태는 바뀌고 공동 작업도 생기겠지만,

결국 펜타클 킹으로

의연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사람이라는 결론.


고생한 만큼 보람이 따르는 2026년이겠다.

취직이냐, 창업이냐를 앞둔 지인의 질문은 이랬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적당히 에둘러 리딩했다.

괜히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꼴이 될까 봐서였다.

중심 카드는 컵 10.

삶의 만족도.


삶을 살아가려면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돈의 주도권은 언제나

돈을 주는 사람에게 있다.


취직을 하면 안정은 얻겠지만

타인의 기준에 맞춰 눈치를 보고

실적에 매달리며

스스로에게 채찍질하게 될 것이다.


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고생과 경험이 내 것이 되는 길이라면


6 완드의 버거움이

컵 나이트의 힘찬 발걸음으로 보이는 건

내 소망일까.


삶의 주도권.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수록

결국 모든 것은 ‘오너’인 나의 전리품이 된다.


그 길을 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10컵을 중심으로

취직 카드의 인물들이

자기 전차를 몰고 가는 7번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장면이 보였다.


그건 착시가 아니었다.



그제야 알았다.

타로는 질문자를 리딩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리더인 나를 리딩하고 있었다는 걸.


카드를 다시 뽑으며 느꼈던 불편함,

동의할 수 없었던 저항감은

카드가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었다.


내가 그들의 진짜 질문을

듣지 못했다는 신호였다.


사업 확장을 묻던 학원장 말 뒤에는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이 있었고,

순응을 말하던 향수 공방 사장 뒤에는

불굴의 의지가 숨어 있었으며,

갈팡질팡하던 예비 창업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타로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하지 못한 질문을

대신 던지고 있었다.


나는 내 판단과 조언으로

카드의 목소리를 덮어버렸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전차를 몰아야 한다.

누군가의 마차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고삐를 쥐고

방향을 정하는 것.


길이 험하고 더디더라도.


2026년 새해,

보리암에서 받은 평안한 기운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타로는 같은 말을 건넨다.


질문을 바로 세워라.

네 진짜 바람을 직시하라.

그리고 네 전차의 고삐를 놓지 마라.


나 역시 타로 리더로서

내 전차를 몰고 간다.

다시 뽑고,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며.


카드는 답을 주지 않는다.

질문을 바로잡아 줄 뿐이다.

그리고 진짜 리딩은

카드가 아니라 사람을 읽는 일임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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