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껍질을 만들어 내는 코르크참나무처럼
『나무의 세계』에서 ‘코르크참나무는 천천히 성숙한다’는 문구는
제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코르크참나무(Quercus suber)를 통해 우리는 겨울을 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코르크참나무에서 얻은 코르크가
와인 마개로 사용된다는 건 잘 알려진 익숙한 사실이지요. 하지만 익숙함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코르크나무의 진정한 가치를 간과하는지도 모릅니다.
코르크나무의 진정한 가치는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르크참나무는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불활성 재질로 방수는 물론,
휘발유, 기름, 알코올에도 강한 면모를 보이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 연료 탱크의 외장 단열재로 사용할 만큼 단열성도 탁월합니다.
불로 그을린 가지 사이에서도
다시 새 가지를 뻗어 올리는 놀라운 회복력.
삶에 예상치 못한 혹독한 겨울이 닥치더라도,
우리도 그 상처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지난 아픔이 흉터로 남을지라도,
그 흉터가 자신과 같은 겨울을 나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회복의 씨앗'이 되도록 말이지요.
탄성이 풍부한 코르크 껍질을
아낌없이 내어주고도
죽지 않고 새로운 껍질을 만들어내는 코르크참나무의 선순환.
스스로 제 살을 깎아내어도
기어이 새 살을 돋아내는 그 모습처럼,
우리의 겨울나기도 때로는 나를 비우고 내어주는 과정을 통해 더 큰 채움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벗겨낸 코르크 껍질이 와인 마개, 건축 자재, 생활용품 등으로 재탄생되어 활용되듯이,
우리의 겨울나기 또한 다른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다정함이 되고, 깊은 겨울잠에 든 사람을 깨울 수 있는 따스한 두드림이 될 수 있습니다.
코르크참나무는 혼자 살지 않습니다.
코르크참나무의 도토리 열매는
숲에 사는 작은 동물들에게 양식이 되어 주듯이
우리가 겨울을 나며 겪은 지혜들은
거친 겨울 속 길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무리 길고 추운 겨울도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옵니다.
코르크참나무가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도
새 살을 돋아내는 회복력으로 살아내듯이,
우리도 내 상처의 흔적 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안에도 코르크참나무와 같은
굳건함이 숨겨져 있음을 믿고,
힘겨워하는 한 사람의 마음에
다정한 단비가 스며들도록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