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별 선생님
"당신의 실수와 실패가 당신에게 남긴
교훈과 지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제가 코칭을 전공하며 가장 좋아했던 질문입니다.
아니, 시들어가던 제 영혼을 다시 살려낸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맞겠습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스스로를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만 대했던 저는,
항상 저를 막다른 절벽으로 내몰곤 했습니다.
그러한 태도가 저 자신에게 어떤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어요.
그러나 마음이라는 녀석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악했습니다.
제가 제게 주었던 수많은 상처들을 고스란히
제 속에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였던 상처들은,
애써 드러나지 못하게 억압했던 제게
보란 듯이 앙갚음을 해왔습니다.
제 속에 모아두었던 상처들에 이름표가 붙었습니다.
제 이름은 "공황장애"입니다.
갑작스러운 과호흡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면서, 저는 그 이름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작은 자극에도 제 영혼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인생의 짙은 겨울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한참을 그 겨울 속에서 머물며 헤매었습니다.
자기 연민에 빠지기 일쑤였고,
날이 갈수록 제 겨울에 깊이 잠식되어
세상에서 가장 가엽고 불쌍한 사람은 자신 뿐이라며 동정을 구걸하며 간신히 생을 연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에게도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두 아이.
저는 엄마였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저를 바라보는 두 아이의 따스한 눈빛이
제 마음에 아로새겨졌습니다.
그리고 그 눈빛은 흔들리던 제 영혼을
굳건히 붙들어 줄 삶의 가장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시린 겨울,
거칠게 휘몰아치던 눈발은 제 시야를 온통 가려
앞을 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어 가던 그 겨울의 깊은 자리에,
나지막이 "엄마"하고 부르는 아이들의 따스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표정을 잃어버린 엄마를 살려내려는 듯
아이들은 끊임없이 따스한 손길로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막 네 살이 되었던 둘째는 제 작은 팔에 엄마의 머리를 누이고는
"반짝반짝 우리 엄마 별 아름답게 비치네."라며
저가 듣던 자장가를 제게 불러주었고,
그 조그마한 손의 토닥임은
하늘이 제게 살라하는 생명의 메시지로 들렸습니다.
유아와 초등교육을 가면 제 별칭이 "작은 별"선생님인데
막내가 불러 주었던 자장가에서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별의 크기가 크던 작던 모든 별은 빛난다. 사람도 그렇다."
그 순간,
제 영혼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조건없는 사랑이 제 겨울을 서서히 녹여주었습니다.
저는 의지적으로 저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사 일을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회복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코칭을 전공하며 그렇게 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며 긴 겨울 끝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황을 불러오는 저의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실수와 실패에 대한 저의 관점' 때문이라는 것을요.
'실수하고 실패하는 이지연은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강력한 신념이 뽑을 수 없는 거대한 못처럼 제 정신세계에 깊이 박혀있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고쳐 쓰고 싶었습니다.
박힌 못을 뽑아낼 '장도리'가 절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칭 질문 파트를 학습하는 중
"당신의 실수와 실패가 당신에게 남긴
교훈과 지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팬을 들고 망설임 없이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공황장애가 나에게 남긴 교훈과 지혜가 무엇인가?"
과호흡이 온다는 건, 내가 지금 불안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신호이다.
공황은 나에게 지금 나를 돌보아야 한다는 알람이 되어주었다.
그동안 사람들이 인정하는 내 모습만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실수와 실패도 하는 사람이며, 그 모습 또한 나다. 이제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수용하자.
공황은 그저 하나의 증상일 뿐, 내 생명을 해칠 수 없다. 호흡을 다스리기 위해 종이봉투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진정될 수 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공황장애는 교훈 일기를 쓰게 된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공황과 함께 산 지 벌써 12년이 된 지금,
저는 고립 청년 교육 현장에서 공황 증세를 보이는
청년을 도우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 상처가 다른 이의 상처를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제 상처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믿음'이 된다는 것도요.
'신경가소성'
실수와 실패를 겪을 때,
우리 뇌는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반응하고 학습할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때 우리가 의식적으로 '교훈과 지혜'를 찾는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면,
뇌는 그에 맞춰 새로운 신경 회로를 형성하고 강화시킵니다.
실패와 실수를 묵상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그 묵상을 멈출 수 있는 다른 무엇인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패와 실수가 더 이상 우리에게 상처와 수치가 아닌, 따스한 교훈과 값진 지혜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어떤 시린 겨울도
"구름에 달 가듯이" 유연하게 흘려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저와 함께 나의 실패와 실수에 대한
교훈과 지혜를 적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