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의 시도
"출처: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공식 포스터"
얼마 전, '폭군의 셰프'라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궁중의 다양한 음식들을 선보이며,
맛을 보는 사람들의 느낌을 환상적으로 표현해 그 재미를 더했습니다.
저희 막둥이는 그 드라마를 참 좋아했습니다.
드라마 하는 날이 언제냐며 손꼽아 기다리곤 했죠.
(엄마, 아빠의 지도아래 시청을 했답니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흠뻑 빠져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빠가 물었습니다.
"우리 막둥이는 셰프가 되고 싶은가 보구나."
그런데 아이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닌데요."
"아니야?"
"네, 셰프 안 하고 먹는 사람 할 건데요!"
(연숙수가 아닌 기미상궁이 되고 싶다더군요)
아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아이의 답변을 듣고 크게 웃었습니다.
저희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답변이었죠.
그리고 어제 아침에 산책을 함께 하는데,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왜 '먹는 학원'은 없어요?"
"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이라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먹는 학원이 생기면 내가 정말 잘 다녀줄 수 있는데,
배 나오면 안 되니까 먹고 운동하고 먹고 운동하고… 그런 학원이 있으면 참 좋겠다!"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막둥이의 귀여운 꿈입니다.
농담처럼 주고받는 오늘의 말들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모습을 그려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아이가 사소한 일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지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겨울 안에도 소소한 일상들이 존재합니다.
소소한 일상들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작지만 그런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져 간다면
우리는 이미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악뮤(AKMU)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수현 님은
은퇴를 생각할 만큼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겨울이 찾아온 것이지요.
수현 님은 자신이 변하기 위해서는 되게 많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 앞에 엄청 큰 산이 있다고 생각해서 뛰어넘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찾아와
"그냥 산책만 하고 와. 다 나중에 하고, 지금 네가 할 건 산책이야."라고 했답니다.
그 말이 수현 님에게는 위로와 용기가 되었고요.
'어? 그걸로 되는 거야? 그냥 눈 딱 감고 하루 5분만이라도.. 그렇게 시작하면 되는 거구나."
"아주 작을지라도 사소하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에게 참으로 소중한 한 고립 청년이 있습니다.
(이제는 고립을 벗어났기에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되지만)
혹독한 겨울을 정리하고 다시 봄으로 나오기 위해,
스스로 정보를 찾고 고립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직무 교육을 신청하는 용기를 내주었습니다.
모든 교육 과정이 마무리될 무렵, 1대 1로 진행되는 코칭에
청년이 참여를 신청했고, 저희는 이를 통해 더욱 의미 있는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겨울을 보내는 동안,
청년은 자신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며 과거에 했던 일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죠.
그래서 소소하지만 즐거움을 주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펴보니,
가족이 된 반려견과의 일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자막을 넣고,
한 편의 완성된 영상을 만들어 자신의 채널에 꾸준히 올리고 있더랍니다.
그 채널의 영상을 본 기업에서 여러 차례 제품 광고 제안이 들어오기까지 했습니다.
이 청년은 겨울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교육에 신청하는 작은 용기를 시작으로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금 일상을 의미 있는 내용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했죠.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내디뎠던 작은 걸음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 걸음들이 성장과 변화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취업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합격 통보가 두렵기도 했지만,
연습했던 것처럼 작은 걸음들을 멈추지 않고
지원서를 제출하고 또 제출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제게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회사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저의 손을 잡고 걷던 청년은
어느 순간 오롯이 서서 자신의 걸음으로 길을 걸어 나갔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게 된 것입니다.
합격한 청년의 자기소개서 내용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저는 5년 전부터 반려견 '도토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통해 저 외의 다른 생명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큰 행복을 느끼고 책임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외숙모를 통해 만난 도토리는 몸집이 작고 코가 갈색이라 보는 순간
도토리가 떠올라 그렇게 이름 지어주었습니다.
도토리는 저에게 가족이라는 안정감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든 시간이 온통 도토리와의 일상으로 채워졌습니다.
유튜브를 참고하며 배변 훈련, '기다려' 훈련, 산책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직접 진행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차분히 교육했고,
물과 미용에 대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
교육을 받으며 서서히 적응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제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반려견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이것이 반려견 OO 브랜드에 지원하는
가장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은 사람의 삶에 즐거움과 치유를 더하는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저는 이러한 가치를 담은 제품과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여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의 행복을 확산시켜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