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의미
저희 남편은 손끝이 야무진 사람이라 손으로 하는 일들은 대체적으로 다 잘합니다.
제가 가장 신기했던 것은 레고 블록을 가지고 정교하고 멋진 로봇을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어떤 레고 조각은 개미만 한 크기인데도 다른 레고들과 계속 연결하고 또 연결하면
로봇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멋있는 무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의미 없이 흩어져 있던 블록들이 모이고 전부 연결되고 나면
감탄이 나올 만한 작품이 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흩어져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레고들이 뭉치면 작품이 되는 놀라운 현실 앞에,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이라는 존재는 홀로 있어도 의미 있고 고귀합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생각하는 그 이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는 겨울을 나는 동안 참 외로웠습니다.
그런데 그 외로움은 제가 만든 것이기도 했죠.
상처의 그림자가 제 입을 닫게 했고,
저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위로를 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두운 그림자 아래 저를 드러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제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두움은 더욱 짙어질 뿐이었습니다.
'단생산사(團生散死)'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장자(莊子)가 한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장자는 "사람의 목숨은 기(氣)가 모인 것이니,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생명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겨울을 걷어내고 나오려면,
도와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시들어가는 내 영혼이 살아있는 영혼들과 함께 할 때, 다시 호흡할 '숨'이 불어넣어집니다.
마음의 안부를 묻는 정신과 의사 나종호 선생님의 책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을 읽다가 다음 글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취약해지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누구나 앞으로 나아가려면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실패, 나약함, 연약한 심신, 말하자면 이런 것들은
우리와 나머지 세상을 연결하는 장치예요.
세상에 신호를 보내는 거죠.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이걸 나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라고요."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스터츠Stutz> 중에서
눈을 감으면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끊임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자 제 상태는 더욱 쇠약해졌습니다.
저는 살기 위해 저의 겨울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누워 있는 제 머리에 손을 얹고 가만히 눈물로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동생은 제게 "괜찮아? 요즘 마음은 어때?"라고 물으며 제 시린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침묵으로 들어주었습니다. 저의 남편은 제 손을 붙들고 산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지 않아서 모를 수 있습니다.
말없이도 알아주면 좋겠지만,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는 속담이 그냥 생겨났겠습니까?
꼭 가족이 아니어도 됩니다.
내 주변 어딘가에
당신의 겨울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내어 보면 좋겠습니다.
흩어진 마음들을 나에게로 모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도울 기회를 허락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