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말고 '이름'을 불러 주세요.

장애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

by 겨울나기 이코치



Q. 장애 하면 어떤 것이 떠 오르나요?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장애인식개선을 주제로

초등학생 6학년 아이들에게

"장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으로 활동했을 때 나온 답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휠체어가 장애인의

대표 이미지가 되면 안 되는 이유


Q. "장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이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이 바로 휠체어입니다.


장애 하면 휠체어가 떠오른다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기에 가장 친숙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삶에서 장애인을 얼마나 만나시나요?


우리나라는 장애유형을 15가지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15가지 장애유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자주 보게 되는 사람이 휠체어를 탄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가면 손쉽게 볼 수 있는 것도 휠체어 모양의 장애인 심벌이니까요.


장애인주차구역


그러나 장애를 생각했을 때 휠체어만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장애나 장애인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관점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5개 장애유형별 비중을 보면 지체장애가 43.0%로 가장 많고, 청각장애 16.8%, 시각장애 9.4%, 뇌병변장애 8.9%, 지적장애 8.9% 순입니다.

(연도별로 비중의 변동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의 절반 이상이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유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청각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자폐성장애, 내부장애 등 보이지 않는 장애가 훨씬 더 많습니다.


시각장애의 경우도 시력이 0으로 빛을 지각하지
못하는 전맹이 있고 이러한 경우 안내견과
동반하거나 지팡이를 보행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장애가 눈이 보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보다
저시력(약시) 장애인이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장애청년 직무교육에서 저시력 장애를 가진 여자 청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성실하고 따뜻한 배려심이 있어 기억에 남는 청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명문 대학을 졸업했고,
인턴 경험과 직장 경험까지 갖춘 뛰어난 '일잘러'였습니다. 호텔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열심히 취업을 준비한 끝에 서울 인근에 있는 호텔 행정직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어떤 업무가 주어지든 야근을 마다치 않고 완수하는 열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을 장애 학생 관련 행사에 갔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호텔에서 더 이상 일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제가 무슨 일인지 자세히 물어보았어요. 저시력 장애 때문에 업무에 필요한 확대 모니터를 요청해야 하는데, 조직 분위기상 그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언제부턴가 퇴근길에 눈이 빠질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변 동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이다 보니 그녀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 알지 못했고, 솔직히 이야기해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휠체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장애를 대표하게 되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해지고 이는 편견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보통사람 & 장애인

보통사람과 장애인???


그림 속 '보통사람'은 힘이 있는 눈에 이가 보이고 웃는 입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 '장애인'은 다소 힘이 빠진 눈에 울상의 입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진행해 보면 유사한 그림이 부지기수로 등장합니다. 이 그림만 보아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장애인은 왜 울상이어야 할까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웃는 날이 있고 우는 날이 있지 않나요?


저는 이 시점에서 로드 미칼코의 장애에 대한 정의가 떠오릅니다.

장애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또 여기서 우리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환경에 의해 제약을 받는 사람을 '장애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는 사람을 '비장애인'이라 일컫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과거의 표현으로 '장애우''장애자'로 말씀하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올바르지 않은 표현입니다. 또한 보통사람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 말해야 바른 표현입니다.


말의 변화는 의식의 변화입니다. 말에는 의미가 담기기에 바른 표현을 학습하고 그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함께 알고 변화를 이루기 위해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



장애인식개선 교육 전에 이 글을 접하고, 학생의 따뜻한 관점에 마음이 참 기뻤습니다.

그림을 보며 실제 형의 모습이 연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이 '장애'를 떠올릴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이 학생이 삶 속에서 장애인과 직접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형을 장애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 편견 없이 깨끗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고요.


형이 가진 장애가 아니라, '형'이라는 사람 그 자체의 모습을 관찰했던 것이지요.


이런 시선이 흔치 않아서 저도 참 궁금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학생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가정에서 어머니의 교육이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나 연극을 자주 보러 다니고, 장애 아동이 있는 기관에도 주기적으로 봉사를 간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장애인을 편견 없이 "한 사람"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기에, 아이는 장애를 가진 형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형의 웃음까지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언니가 있었다고 합니다. 언니를 일찍 떠나보낸 뒤, 어머니는 사는 날 동안 장애인들과 함께하기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하고 싶다며, 아들과 자신에게 이러한 가치관을 심고 가꾸는 일을 기쁨으로 꾸준히 해 오셨던 것이지요.


장애인식개선 이후 학생들의 피드백


교육을 마치고 학생들과 피드백을 나눌 때면, 교육을 통한 배움이 얼마나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편견은 모르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낯섦에서 비롯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알게 되면 분명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태도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찾아오기 마련이고요.


그러니 직접적으로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없다면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통해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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