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이와 동생들의 "별 헤이는 밤"]

by 겨울나기 이코치



언니들과 오빠가 서울로 떠나고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는 일은

옥순이의 몫이 되었습니다.


품을 팔러 나간 엄마가 돌아오는 길이

늦어지면 쟤 이름을 닮은 옥수수를

가마솥에 푹 삶습니다.


옥수수가 삶아지기까지

옥순이는 동생들과 툇마루에 누워

달큼하고 꼬소한 옥수수 찌는 향을 맡으며

별을 헤어봅니다.


밤이 짙을수록 별은 더욱 밝게 빛이 납니다.


별을 헤이며 옥순이는

생각에 잠깁니다.


까만 밤을 수놓은 별들이 손을 맞잡고

길을 내는 이유는

우리 엄마 돌아오는 발걸음을

지켜주기 위함이라고요.


옥순 언니의 이런 생각은 전혀 모르는

동생들은 서로 하늘의 별을 헤이며

밝고 큰 저 별이 쟤 별이라며

아웅다웅입니다.


아웅다웅, 조잘조잘

별들의 속삭임을 닮은

동생들의 목소리가

은은한 자장가 됩니다.


오전 내 엄마가 맡긴 빨랫감을 들고

냇가에 친구들과 모여

퉁퉁 두드려 된 덕에

별들의 속삭임은 자장가가 되어

옥순이의 눈꺼풀을 토닥입니다.


그때,

아득히 먼발치서 "짤그랑 짤그랑"

엄마가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옥순이는 동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엄마 오는 소리다!"


동생들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어디 엄마 오는 소리가 들리냐며

되묻습니다.


"언니는 말이야, 엄마 오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들어."


어느새 "짤그랑" 소리가 동생들에

귓가에도 들릴만큼 가까이 다가옵니다.


엄마의 허리춤에는

곳간 열쇠 꾸러미가 달려있습니다.

엄마의 걸음마다 열쇠 꾸러미는

"짤그랑"하며 박자를 맞추어 줍니다.


동생들은 신이 나

별을 헤이는 일을 그만두고

별보다 더욱 빛나게 예쁜 우리 엄마를

맞이하러 신도 신지 않고

달려 나갑니다.


옥순이는 후다닥 일어나

엄마와 동생들을 위해

푹 쪄진 옥수수를 소쿠리에

담아 내옵니다.


저도 어린것이

엄마와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에

옥순이 엄마는

옥순이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고맙다, 고맙다." 하십니다.


옥순이는 엄마의 그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어린 동생들을 아랫목에 누이고

옥순이도 이제 잠에 들려합니다.


방문 앞,

옥순이가 빨아 둔 광목이불

다듬이질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는 아직도 잠에 들지 못하고

남은 집안일을 하고 계십니다.


다듬이질이 끝나면

엄마의 바느질이 시작되기에

옥순이는 다시 일어납니다.


문을 열고 엄마 곁에 머물다

다듬이질이 끝나면

엄마 방에 따라 들어가

바늘귀에 실을 꿰어 드립니다.


이 시간쯤 되면 옥순이도 꾀가 납니다.

눈꺼풀의 무게는 천근만근입니다.

반은 내려와 다시 올라갈 줄을 모릅니다.


바늘귀에 실을 최대한 길~~~ 게 꿰어드리고

일어나려 하자

엄마가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우리 옥순이는 시집을 멀리 가려고 하나?"

.

.

.

지연이와 지혜 두 딸의 구멍 난 양말을 꿰매이다

옥순이는 엄마를 떠올립니다.


'엄마,

그때 실을 짧게 꿰어 드릴 걸...

나 정말 시집을 너무 멀리 왔나 봐,

이제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거리에 살고 있으니'


지연이와 지혜는 갑자기 슬픈 표정이 된

엄마를 지켜보다

말없이 꼬옥 안아줍니다.


옥순이는 지연이와 지혜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고마워, 엄마 나 외로울까 봐

지연이와 지혜 엄마가 보내 준 선물이죠?'


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의 끄덕임이

'그럼, 그럼'하는

엄마의 대답으로 들립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8화[엄마의 신발과 검정고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