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을 구분 짓는 계절의 선은 명확하지 않지요. 겨울에서 봄으로 향하는 발자국들을 바늘에 실을 꿰어 엮듯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별자리가 되곤 합니다. 하늘의 별들이 연결되어 별자리를 그리듯, 우리의 인생에도 겨울과 봄의 자리들이 서로 엮여 의미 있는 별자리를 새겨 주곤 합니다.
석 달 전, 올해 마지막 기수인 고립 청년들의 직무 교육 오프닝을 진행했습니다. 그날은 교육 한 시간 전 미리 도착해 꽃집으로 향했지요. 그들이 세상 밖을 향해 손을 내밀었던 용기를 진심으로 환대하고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온 그들의 작지만 새로운 소망에 깊은 응원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예쁜 꽃들을 정성껏 포장해 투명한 꽃바구니에 하나하나 담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교육을 여러 해 진행하면서 깨달았던 것 중 하나는, 제가 청년들이 겪었을 겨울에 대해 참 무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타인을 잘 공감하는 사람이라 여겼던 저에게,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는 내가 다 알지 못한다는 '겸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들을 만나며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알지 못했기에 더욱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듣다 보면 언젠가 그들과 얼굴을 온전히 마주해도 부끄럽지 않을 날도 오지 않을까 했습니다.
아득하기만 했던 '이해'가 별처럼 반짝이는 저들의 봄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강의 중에 사람의 시선이 두렵다며 제게 눈길을 주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이 교육을 마치고 헤어지는 순간 조심스럽게 제 눈을 바라보며 먼저 인사를 건네더군요. 그때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코치라는 직업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유독 마음이 쓰이는 이들과의 경험을 통해 관계의 철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주 최소한의 공감의 지점들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에 젖어들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평가나 판단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진심 어린 마음의 눈 맞춤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한 해를 바쁘게 달려오며 감사하고 의미 있는 일도 많았지만, 세 아이의 엄마이자 딸, 며느리, 아내, 그리고 일하는 여성이라는 다양한 역할 속에서 힘들고 지치기도 합니다. 특히 '일하는 엄마'라는 이름과 역할에 있어서는 누가 비난하지 않아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늘 마음 한편을 망치질 하곤 했습니다.
시시때때로 밀려오던 나의 겨울들.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청년들은 마지막 교육을 통해 그동안의 시간을 정리하며, 겨울과 봄을 잇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별자리를 제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로 제 마음을 봄의 풍경으로 가득 채워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