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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Nov 05. 2023

초보 캠핑 도전기

부산은 #캠핑 하기 좋은 도시!

대단히 용기가 필요한 활동들이 있다. 물론 매우 주관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올해 초 부산에 내려오자마자 포부 있게 당근으로 텐트와 의자를 구매하였지만 어쩐지 혼자 캠핑을 갈 용기가 나지 않아  개월째 트렁크에만 싣고 다녔다. 비록 원터치 텐트이지만 그 거대한 텐트를 펴서 망치로 맨땅에 팩을 박고 또 개켜서 치운다는 것이 여간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추석에 동생과 함께 텐트를 펼쳐보니 썩 어렵지 않은 것이 혼자도 할만하겠다 싶어 용기를 얻었다. 물론 지레 겁먹어 노지캠핑은 절대 못하겠고, 대신 관리주체가 있는 유료 캠핑장 사이트를 예약해서 나가보는 것은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 개미지옥의 서막이었다.




캠핑을 망설이기까지 몇 가지 소소한 고민거리가 있었다. 캠핑 후기를 공유하기에 앞서 아마도 초보 캠퍼들은 같은 고민을 했을 터라 봄직한 질문을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다.


노지캠핑 vs 캠핑장 캠핑?

먼저는 안전문제. 즐겨보는 캠핑유투버들은 어찌 저리 혼자서 혹은 반려견 한 마리와 전국을 누빈다지만 나는 도통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무섭다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시대, 조금은 보수적으로 안전을 따져보고 떠나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이름 모를 맨땅에 텐트를 펼 것인지 관리자가 관리하는 캠핑장의 한 구역(사이트) 예약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캠핑장이 사설인지 공영인지에 따라 비용차이가 있고, 특히 저렴한데 시설과 접근성 등이 좋은 캠핑장은 예약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대신 인기도가 몰리는 주말에는 비용이 조금 더 비싼 사설을, 평일에 비교적 저렴한 공영을 예약해 보니 영 자리를 못 잡을 수준의 경쟁까지는 아니다. 덧붙여 부산 도심이나 근교에는 갈만한 캠핑장이 꽤 많은 것도 아주 큰 장점이었다!


캠핑장비를 다 마련해야 하나?

고백하건대 나의 소비는 가성비가 최우선이다. 이미 하고 있는 운동도 있고 혼자 부산에서 거주하는 동안 나름의 저축 목표도 있어서 큰돈을 쏟아붓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캠핑은 장비빨이라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지인들의 썰을 하도 많이 들어왔던 터라 장비 하나하나 구매할 때마다 많이 망설였고 꼼꼼히 따져 물었다. 정말이지 과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가장 필요할 물품(내 경우에는 당근으로 텐트와 의자) 정도만 구매해서 첫 캠핑을 나가보고 필요한 물품(테이블, 부르스타, 화로대 등)을 아주 조금씩 보강하였다. 30만 원이 채 안 되는 수준에서 장비 일체를 마련하였으니 캠퍼 치고 매우 준수한 수준인 듯하다.


첫 캠핑(좌) vs 네 번째 캠핑(우), 장비가 제법 늘었다


음식은 어쩔 건데?

아무리 힐링, 힐링한다지만 결국 캠핑은 곧 먹부림이다. 하지만 캠핑장에서의 한 끼에 과한 돈을 쓸 바에는 식당에서 잘 차려진 한 끼를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특히 야외에서 먹는 요리에 번거로움이 더해지면 음식이고 뭐고 캠핑 자체를 후회하게 될 터. 그래서 음식은 간소하게 밀키트나 고기 정도로만 준비했다. 모든 재료는 집에서 준비해 오되 최소한으로 간소화해서 캠핑장에서의 귀찮음을 덜었다.


밀키트에서 직화 바베큐까지 장족의 발전이다


밖에서 굳이 밥 먹고 해야 되나? 굳이 굳이?

캠핑장을 예약하고 용품과 식재료를 구매하고 준비하다 보면, 굳이 밖에서 수고스럽게 힐링하겠다고 이렇게 난리를 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초보 캠퍼로서 거의 모든 캠핑에 앞서 이런 고민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준비만 힘든가? 변수 역시 꽤 많다. 비가 올 수도 있고 너무 추워도 안되니 날씨도 큰 변수이고, 야외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청결이나 벌레 등도 큰 불편함이다. 나 역시 추위를 잘 못 견디고-매우 깔끔 떠는 타입이며-모기 한 마리 잡지 못하는, 이른바 캠핑 최약체이지만 생각보다 요즘 캠핑장이 현대식으로 잘 관리되고 있어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자연에서 주는 힐링이 커서 이 정도 수고스러움은 하나의 재미로 승화할만한 수준이 된다! 아참, 그래도 추위와 야외취침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 때문에 캠핑은 반나절 밖에서 즐겁게 시간 보내다 돌아오는 것으로 나름의 합의를 보았다.


고민은 이쯤으로 해결되었으니, 각설하고 부산 근교 캠핑장 몇 곳을 소개해본다!




일단 노지캠핑은 제외했다. 안전문제도 있지만 많은 곳에서 노지캠핑, 특히 취사활동은 불법이다. 그러나 부산 도심에는 공영캠핑장이 꽤 많이 있어 선택지가 제법 많. 무엇보다도 바다를 끼고 있는 캠핑장도 제법 있어 캠핑장마다 매력이 뚜렷하달까!


1. 산항만공사에서 운영하는 부산항 힐링 야영장, 부산역 맞은편에 위치한 부산항 옆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항구뷰를 바라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크루즈가 들어오는 날에는 크루즈를 배경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색다르다!


2. 내 기준 부산의 가장 특색 있는 영도 마리노 오토캠핑장,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벌벌 떤다는 부산항대교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굽어진 다 밑에 동그랗게 위치한 캠핑장이다. 영도구청에서 운영하는데 오픈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비교적 새 캠핑장이고, 밤에 밑에서 바라보는 부산항대교 뷰가 매력포인트다! 조만간 이곳에서 캠핑할 예정!


3. 서부산 낙동강 자락 따라 위치한 생태공원 안에 캠핑장이 몇 곳 있다. 사상구 삼락오토캠핑장 (삼락공원), 북구 화명오토캠핑장(화명공원), 강서구 대저캠핑장(대저공원) 등이다. 이들 캠핑장은 생태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어 관리가 잘 되는데 저렴하다는 장점(오토캠핑 기준 2.5~3만 원 정도)과 함께, 낙동강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매력적이다!


삼락오토캠핑장(B07 사이트), 일몰과 함께 빛나는 다이소표 랜턴이 훌륭하다(뿌듯)
대저캠핑장(D52 사이트), 화롯대를 처음 게시했던 캠핑장인데 흡사 불쇼에 손가락 조금 익었는지도!


4. 그 밖에도 양산, 김해 등 부산 인근 도시에도 크고 작은 캠핑장이 많다. 그중 캠퍼들이 즐겨 찾는 곳이 경남 양산이라는데 짐작건대 부산만큼은 북적이지 않지만 산이든 물이든 자연경관은 실컷 느낄 수 있어 그런 듯하다. 가본 곳은 양산 원동자연휴양림인데 확실히 부산 도심의 캠핑장보다는 더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과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때는 취사를 시도한 첫 캠핑이라 그런지 일회용품을 잔뜩 썼네;;




이제 날씨가 제법 추워지는 것이 캠핑에 조금은 제약이 걸다. 그도 그럴 것이 추워지면 곧 난방용품까지 들여야 하는데 가성비가 중요한 초보 캠퍼에게는 거기까지 장만할 자신이 없달까. 대신에 부산은 비교적 추위가 덜해서 일정과 캠핑장 예약 성공여부에 따라 한 두 번 더 나가보고 올해 캠핑을 마무리할 듯하다. 캠핑장비야 두고두고 사용이 가능하니 내년에 또 꽃피는 봄이 오거든 부리나케 캠핑장 예약을 알아보면 될터다.


낯선 부산이라는 환경에서 뜻밖의 순간들을 경험하고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을 느낀다. 예전이라면 굳이 수고스럽게 바깥에서의 반나절에 걱정부터 앞섰더라면 이제는 제법 뚝딱뚝딱 텐트를 펴고 부탄가스에 토치 팁을 끼워 화르륵 불도 붙인다. 조금의 불편함 감수하니 그 끝에 텐트밖의 새로운 풍경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음챙김'이랬던가, 현재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해 본다. 숨을 쉬고 내쉬고, 밖에 볕이 들고 그늘이 지고, 커피 향이 났다가 또 풀냄새가 돌았다가 저 멀리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기고, 그렇게 부산에서 처음 마주하는 사계순간순간을 눈으로 코로 입으로 오감을 통해 씹는.


생경한 도시의 모습에 가끔은 여전히 완벽한 이방인이지만, 또 이방인이기에 생기는 용기 덕에 이런 경험도 해본다 이곳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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