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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Nov 20. 2023

부산 군만두는 먹어볼 만두!

부산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군만두

군만두를 돈 주고 사 먹은 기억이 있는가? 탕수육 주문을 하면 어김없이 딸려오는 스티로폼 그릇의 서비스 군만두. 우리에게 군만두의 다른 이름은 '서비스 군만두'일지도 모른다. 중국집 서비스 군만두의 만두소는 짜장라면 후레이크 소스에서 본 것만 같은 고기 덩어리 조금과 당면, 부추 정도가 전부로 다소 빈약하지만 또 탕수육 소스에 듬뿍 찍어먹으면 그 맛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서비스 일 뿐, 군만두를 하나의 요리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시작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 온 지 얼마 안 됐던 그때, 지인이 '부산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군만둣집'이 있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때만 해도 생경한 도시 알지도 못하는 동네에 가서, 그것도 서비스로 받으면 받았지 돈 주고 사 먹어본 적 없는 것 같은 군만두사 먹는다니, '네네 감사합니다~' 하고 마음속 한편으로 던져두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 출신 지인을 만나 식사를 하기로 하였는데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서 보자는 것이었다. 대낮의 부산 차이나타운은 그야말로 문성시였는데 다 만두를 사고자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만두에 진심이어도 만두를 사려고 한 시간 넘게 줄을 서는 건 영 취향에 맞지 않아 차이나타운 깊숙이 위치한 '장성향'으로 향했다. 지인은 이곳 역시 이른바 '올드보이 군만두'로 유명한 집이라며 군만두를 꼭 시켜야 한다고 했다.


- 부산 군만두는 찐이라예.

-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군만두 주세요!


큼직큼직 노릇노릇


비주얼 쇼크였다. 성인 손바닥만 한 군만두가 노릇노릇 바삭바삭 튀겨진 채 나왔다. 피가 두꺼워 한번 놀라고 마침내 만두소를 만났을 땐 소가 실해서 놀랐다. 우리가 흔히 아는 군만두의 빈약한 속알맹이가 아닌, 찐만두에서나 볼법한 든든한 속이었다. 그뿐인가? 한입 더 베어 물자 주르륵 육즙이 배어 나왔다. 오해는 마시라. 샤오롱바오처럼 육즙이 가득하다기보다는 고기를 씹었을 때 느껴지는 촉촉한 육즙이 기분 좋게 흐르는 수준. 그간 군만두에게 서비스 취급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하는 감격스러운 맛이었다.


- 오, 이거 진짜 맛있네요?

- 그러니 올드보이 군만두지예!

- 이 정도면 15년 동안 만두만 먹겠는데요?


이러니 15년 군만두만 먹었지!


노래도 좋으면 질릴 때까지 한 곡 재생만 듣는 꽤 외골수라서 그때부터 '장성향'만두를 한 서너 번은 갔나 보다. 지인들 올 때마다 만두를 추천하고, 기장에 위치한 2호점(매장이 조금 더 깔끔한데 메뉴가 간략함!)에서 만두와 국수 한 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러다 장성향이 조금 물릴 때쯤, 본격적으로 부산 군만두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검색 끝에 부산 3대 군만두, 그중에서도 1등이라는 구포역 '금용만두'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인지 가늠도 안 되는 머나먼 구포라는 위치 때문에 네이버 지도에 고이고이 담아만 두다가 근처 사는 친구에게 먼저 먹어보라고 추천했더니 답변이 왔다. 존맛탱! 친구는 심지어 칭따오 맥주까지 한잔 곁들였다는데 너무 맛있어서 두 번 갔단다. 맛집에 취미가 없는 녀석이 쌍따봉을 날릴 정도라면 여기는 진짜다 싶어서 기회를 엿보다가 근처 캠핑장을 방문한 날 냉큼 포장해서 먹어보았다.


초면이지만 사랑합니다 금용만두


와, 너무 맛있다. 장성향의 겉은 바삭 육즙 가득 속은 촉촉한 군만두 스타일은 그대로인데, 사이즈가 더 먹기 편하게 줄었고 대신 한결 더 육즙을 머금었다. 포장인데도 함께 챙겨주신 오이무침까지 곁들이니 친구가 왜 두 번이나 혼자 찾아갔는지 이해가 갈 지경이었다. 게 눈 감추듯 포장해 온 군만두 한 접시를 비우고서 다짐했다. 이 집은 무조건  가야 해...!(결연!)


이모님 저 또 왔습니다 너무 맛있습니다ㅠㅠ♡


그렇게 한 시간을 걸려 또 갔다 또. 지독하게 한 놈만 팬다는, 아니 군만두만 팬다는 이 한 몸은 구포를 한 달 새 두 번을 갔다. 또 다른 입맛 없는 지인을 데리고 간 결과, 그녀 역시 쌍따봉을 날렸다. 이 정도면 한 시간 걸려 올 만 했다며! 찐만두도 같이 주문해 보았는데 아마 군만두와 같은 녀석을 조리만 다르게 쪄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군만두의 압승이었다.




인터넷을 더 뒤져보니 연초에 지인이 추천한 그 군만두 이 금용만두 사장님과 자매라는 것이다(사하구에 위치한 '영성방'까지 세자매 라는데 대표메뉴인 수제 춘권을 이제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스킵) 그렇다. 지인의 한마디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참을 수 없었다. 당장 시동 켜고 사상 '상해만두'로 향했다.


이집은 금용과 다르게 요리메뉴도 제법 있어서 좋았다(다 맛있다는 뜻)


상해만두는 단출한 금용과 다르게 메뉴가 제법 다채로웠다. 혼자 처음 방문한 상해만두에서 만두 두 접시를 주문해 (절반을 남기고 왔지만) 먹어본 결과 이 집도 틀림없이 군만두에 진심이었다. 추천한 지인에게 자랑하니 여기는 볶음밥도 맛있다는 썰을 입수, 다시 방문한 날에는 두 명이 찾아가 세 메뉴를 주문해서 싹싹 비우고 왔다. 아, 정말 정말 맛있었다. 특히 군만두가 정말 너무 맛있었다. '겉바속촉'이라는 말은 이들 군만두를 보고 만든 말이 아닐까, 싶었다.


나름 브런치에 진심이라 그래도 인터넷에서 찾은 상해와 금용의 관계를 확인은 해보고 소개해야겠다 싶어서 계산하며 여쭤보았다. 한국말이 조금은 서툰 종업원에게 묻자 '금용 사장님이랑 형제~!'라고 하셨으니 이로써 부산 최고 군만두가문의 정체를 확인한 셈이었다.




지인들이 가끔 물어온다.

- 부산 가면 뭘 먹어야 해?

- 돼지국밥이나 밀면 맛집 추천 좀!

그럼 나는 단연코 말한다. 군만두는 꼭 먹어보라고. 그럼 지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이다.

- 군만두? 아, 중국집 군만두? 굳이?


부산은항구가많아서중국인구도제법되고차이나타운도있고그래서중국음식이맛있는데그중에서도군만두가짱이야너네가먹던군만두가아니야올드보이군만두도부산꺼였다니깐나쩝쩝박사잖아한번믿어봐진심맛있다고!


지인들은 하나같이 알겠다고 먹을 테니 그만 좀 하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그들 마음속에 군만두가 콕 박혔을지는 의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살이 1년에 접어든 지금,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하나 꼽아보라면 단연코 군만두다. 겉바속촉, 피는 바삭바삭 기름에 푹 튀겨져 고소하고, 속은 육즙을 한껏 머금은 고기와 야채의 적당한 밸런스! 군만두는 부산에서의 1년이란 시간 동안 건진 귀한 보물이나 다름없다. 자칭 타칭 쩝쩝박사의 귀한 1년을 갈아넣어 건진 귀한 메뉴이기에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에게도 감히 추천해본다.


"이것도 인연인데 부산에 오면 군만두 어때요?"


이모 여기 군만두 한접시 주이소(여전히 어색한 사투리)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제 마음 마치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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