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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May 19. 2024

달리기는 핑계고!

두 번째 기브 앤 레이스 #벤츠런 후기

올해 초 외국에 사는 절친의 어머니가 부산을 방문하였다. 부산의 곳곳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혹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신지 여쭤보니 'TV에서 본 그 다리'가 보고 싶으시다는 것이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 바다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그 다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광안대교였다. 2003년 정식 개통하였으니 광안대교가 부산의 상징이 된 지는 어연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부산을 방문하는 이로 하여금 광안대교는 여전히 '이곳이 바로 부산이다!' 하는 부산의 얼굴이자 해운대로 향하는 관문 중 하나다.


남천동 방파제에서 본 광안대교


광안대교는 해상 복층 교량으로 아래층(1층)은 해운대로 향하는 방면이고 위층(2층)은 부산 도심으로 향하는 방면인데, 날씨 좋은 날 해운대에서 부산 도심으로 향하는 광안대교의 상층을 지날 때에는 왼쪽에 가지런히 놓인 수영만의 요트를 지나 마린시티의 마천루가 보이고 반대쪽에는 민락동에서 남천동을 잇는 광안리 해변이 시원하게 뻗어있다. 부산에 산 지 이제 1년 반을 지나고 있지만 나 역시 광안대교를 건널 때면 이상한 설렘을 느끼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에 따라 바다색이 다르고 해무가 있다 없다 해서 그리는 풍경이 또 다르고 계절 따라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하니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기대하게 된다.


이런 매력적인 광안대교 위를 시원하게(그러나 속도제한 80km 주의하시고!) 달리는 것도 좋지만, 일 년에 몇 번 광안대교를 두 발로 건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바로 달리기와 걷기 행사다. '부산 바다 마라톤', '다이아몬드 브릿지 국제걷기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있는데, 나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기브 앤 레이스(aka 벤츠런)'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기브 앤 레이스는 벤츠 코리아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참가비(1인당 5만 원)를 기부하는 사회공헌 행사라 말 그대로 광안대교를 두 다리로 건널 수 있는 특별함에 기부까지 덤으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다. 벤츠런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하는 이들도 많으니 부산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될 수 있다.


친구와 '런데이' 어플에 빠져 달리기에 제법 진심이 되었는데 올해는 그 친구 부부와 함께 뛸 요량으로 벤츠런을 함께 등록했다. 이참에 부산행에 함께 하겠다는 친구 몇 명이 더 모여 총 5명의 벤츠런 크루가 완성되었다. 벤츠런을 핑계 삼아 부산여행을 즐겨보자는 녀석들의 뜻에 따라 이른바 '달리기는 핑계고'가 되어버린 올해 마라톤은 처음부터 술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ㅋㅋ) 사실 등록과 동시에 "굳이 달리기 연습 안 해도 된다!"라고 천명하는 친구들의 성화에 어차피 술판이 되어버릴 모양이었으므로 그 중 부산 현지인을 맡고 있는 나는 코스를 야무지게 짜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리하여 달리기는 핑계였던 올해 벤츠런(을 빙자한 부산여행) 1박 2일 풀코스를 소개해본다. 가보자고!




자갈치시장 백화양곱창 & 영도 모모스 커피


부산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남포동 자갈치시장에는 양곱창골목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 글을 쓰면서 양곱창골목을 검색해 보니 자갈치시장 전국에서 양곱창을 처음 외식메뉴로 판매한 곳으로 본다는 기사까지 있다. 부산은 정말이지 까도 까도 새로운 양파 같은 곳임이 분명하달까! 여하튼 자갈치시장이 양곱창의 시발점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옹기종기 모인 노포에서 연탄불에 이모가 직접 구워주는 양곱창 '이모카세'를 만나볼 수 있기에 골목은 언제나 북적다. 부산은 또 특이하게 주로 양, 곱창, 대창, 막창, 염통 등을 한꺼번에 내어주는 모둠구이로 판매하는 곳이 많은 그도 그럴 것이 곱창집에 가서 '곱창 주세요' 했다가 '곱창 말고 모둠 드이소'라고 모둠구이를 추천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곳 양곱창골목도 주로 모둠구이를 판매하니 참고할 부분이다.


각설하고 자갈치시장 양곱창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양곱창을 무려 오픈시간에 맞추어 방문했다. 친구들 픽업을 위해 운전하는 나를 제외하고 점심부터 양곱창에 대선을 적시는 친구들은 이제 막 시작된 부산여행(사실은 벤츠런! 잊지 말자!)에 잔뜩 상기된 모습이었다. 백화양곱창은 또 특별한 것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나의 간판 아래에 여러 점포가 여기저기 위치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 테이블의 개념이 아니라 일렬로 쭉 앉아 먹는 다찌석의 개념이고 오픈한 지 몇 분만에 실내는 금세 곱창 굽는 연기로 자욱해지지만 삼삼오오 모여 먹는 '멋'이 있는 곳이다. 소 부속물은 손질이 힘들어 오르는 인건비에 따라 어느새 고급음식이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백화양곱창에서는 추가주문 없이 기분 좋게 맛있게 먹고 나왔으니 맛이나 양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백화양곱창 오픈런~


다음코스로 후발대로 오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영도 모모스 로스터리로 향했다. 친구들이 부산에 오거든 많이들 가봤을 해운대와 광안리 말고 다른 부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제법 고민을 하는데, 그렇게 자주 찾는 곳이 영도의 모모스다. 주로 부산역을 통해 부산에 도착하니 역에서 차로 10분 남짓해 가깝기도 하고 큰 문 너머 부산의 항구뷰가 새롭기도 하며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다! 이미 브런치 글을 통해 자주 소개했던 터라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가지만, 뷰와 커피맛까지 친구들의 만족도는 이미 최상이었달까? 이미 한껏 오른 취기에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심미더


벤츠런 숙소는 광안리를 추천!


일행 모두를 픽업한 뒤 광안리로 향했다. 벤츠런은 벡스코 앞 광장에서 출발해 광안대교 위를 지나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코스이므로 마라톤이 끝나고 땀 흘린 채 해운대로 넘어가기보다는 애초에 광안리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하여 일행 모두 숙소를 광안리로 잡았기에 친구들을 내려주고 본격적인 알코올회동을 위해 집에 차를 두고 다시 광안리 해변에서 만났다. 올해 벤츠런은 4월 7일이었는데 늦봄 바닷가 날씨에 벚꽃 만개시기까지 겹쳐 날씨 역시 완벽한 상황. 이미 알딸딸하게 취한 녀석들과 해변에서 내일 뛸 광안대교를 한참 바라보다가 걸어서 그다음 장소로 향했다.


유난히 예뻤던 광안대교
때마침 만개한 벚꽃까지!!!


부산의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저녁장소를 찾다가 맛도 맛이지만 갬성 가득한 남천해변시장으로 향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남천동으로 걸어서 이동했는데 마침 부산의 벚꽃 명소 중 하나인 삼익비치타운을 지나갈 수 있어서 꽃구경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던 식당은 남천해변시장 지하에 위치한 '왕초장'이라는 초장집인데, 이곳은 또 특별한 것이 회는 물론이고 감바스나 두루치기 같은 신선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시장 앞 위치한 옵스 빵집에서 바게트 한 봉지를 구매해 감바스를 시켜 먹는 것이 이 집의 매력이라 도착해 보면 거의 모든 테이블 위에 옵스 바게트빵이 올려져 있는 것이 재미있다. 콜키지도 가능해 부산을 찾아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선물하고 싶어 미리 준비해 온 사케 한 병을 가져갔는데 이 역시 만족도 최상이었다.


왕초장에서 감바스는 필수입니데이~


이때부터였을까, 다들 점심부터 시작해서 초장집부터 2차까지 대선을 몇 병이나 마신 지 기억도 못할 수준이 되었는데, 이쯤 되니 벤츠런 달리기 참석이 아니라 술로 달려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충분히 (술로) 달려버린 상태였지만 다음날 달리기를 위해 기분 좋은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기적처럼 눈을 떴다, 벡스코로!


다음날 기적처럼(!) 눈을 떠 벤츠런 출발장소인 벡스코로 향했다. 달리기를 위해 모였지만 전일 과한 달리기 때문에 모두 달리기 전부터 힘들어하는 상황이었지만 우리의 목적은 달리기 이니깐! 본인의 페이스에 따라 A부터 E그룹까지 선택해서 등록할 수 있는데 다행히도 우리는 일찌감치 E그룹으로 신청해 둔 터였다. 아마도 벤츠런을 핑계 삼아 부산을 찾은 이들이 많을 터여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숙취로 다소 피곤해 보였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어쨌든 신나는 노래와 함께 벡스코를 지나 광안대교 톨게이트를 넘어 광안대교 위층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가보자고!


두 다리로 광안대교를 밟으면 처음으로 탁 트인 부산바다의 풍경이 들어와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왼쪽에는 해운대 마린시티, 오른쪽에는 전날 젊음을 불태운 광안리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카메라를 유혹한다. 한껏 벅찬 마음에 신나게 광안대교를 뛰는 사람들도 풍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속도를 멈추고 휴대폰을 든다. 이것이 바로 광안대교를 굳이 두 다리로 찾고자 하는 이유일 터! 이 지점부터는 모두 삼삼오오 인증샷을 남기느라 정신이 없다. 언제 광안대교를 이렇게 걸어서 방문해 보겠냐는 특별함에 평소에는 남기기 힘든 광안대교 위에서의 풍경을 한참 찍다 보면 벌써 남천동으로 이어지는 광안대교 끝자락에 다다르게 된다.


언제 이런 뷰를 보겠심미꺼~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을 옆으로 쭉 이어진 방파제는 광안대교 다음 코스다. 여기서부터는 짧은 8k(혹은 10k) 코스가 제법 벅차게 느껴지는데 이 구간에서 삼익비치의 벚꽃길에서 인증샷을 남기느라 한숨 돌리게 된다. 우리는 전날에 남천동 향하는 길목에서 벚꽃을 실컷 즐겼으므로 짧게만 서있다가 다시 모래사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마라톤이 끝나면 돼지국밥으로 해장할지 밀면으로 해장할지 고민하다 보면 금세 광안리 해수욕장 중턱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마라톤의 끝이다. 작년에는 같은 코스를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마무리하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20분 더 걸려 도착하였지만 말 그대로 Fun run이었기에 기록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끝끝내 뛰었다는 뿌듯함만이 남았달까!


차는 제법 막힙니데


모집인원 2만 명 규모의 행사이기에 기브 앤 레이스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택시나 자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선택함이 합리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을 찾은 일행은 모두 광안리에 숙소를 잡아 바로 복귀하였지만 나는 해운대에 돌아와 재정비 후 광안리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했는데, 평소면 막혀도 15분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네비 예상 소요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었다. 여름이면 해운대나 광안리가 방문객으로 북적인다지만 이렇듯 행사가 있는 날이면 차가 배로 막히기 때문에 동선이나 이동수단을 잘 고려해 계획해야 한다. 부산에 살고 있지만 이 뻔한 변수를 계산하지 못해 다음을 기약하고 일행을 그렇게 보낸 것이 아직까지도 미안함으로 남는다. 물론 녀석들은 부산역 근처에서 밀면으로 해장까지 잘하고 돌아갔다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부산에서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마라톤을 빌미 삼아 두 번째 추억을 쌓았다. 첫 번째, 그러니깐 2023년 마라톤은 이곳 부산과 멀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함께 서로의 지방살이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자리였다면, 두 번째 2024년 마라톤은 제법 부산러가 된 내가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 땀 한 땀 코스를 짜서 함께 즐긴 추억이 되었다. 이제는 정말이지 제법 부산사람이 되어 길 헤매는 법 없이 숨겨진(혹은 이미 유명한) 명소들을 속속들이 추천하기도 하고 추억을 선사하기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제 제법 '명예 부산인'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문득 지난 1년 반의 시간이 마냥 헛되진 않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참고로 광안대교는 밤에도 예쁩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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