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회사는 혼자 있는 집보다 좋다

by 씀씀


변태도 워커홀릭도 아니지만 그렇다. 이유는 아래.


나는 오픈된 홀보다 구분된 하나의 공간에 안심한다

나는 환호보다 침묵을 궁금해한다

나는 사람들에 기를 뺏기고 사람에 기운을 얻는다

나는 이른 새벽의 고요 아닌 늦저녁 적막도 사랑한다

나는 방치한 자유보단 제한적인 휴식이 편하다


위 조합의 결과물로 혼자 남은 회사만큼 그럴 싸한 게 없으니. 나만 남은 사무실. 그건 묘한 거다.


모두 떠난 뒤. 일정 높이와 균등한 크기로 재단돼 내 몫으로 배분된 자리에 앉노라면, 되게 바보 같은 방식으로 현대인이 되는 경험을 한다. 이를테면 이런 거.


집에서와 똑같은 걸 해도 여기서 하면 괜히 균형 잡힌 느낌. 무얼 정리하지 않아도 어쩐지 정갈해지는 기분. 한 거 하나 없어도 뭔가 생산적으로 나태했다는 평가. 왠지 어디 여주인공 같고 어느 커리어우먼의 휴식 같은 게, 말로만 듣던 웃기는 짬뽕이 돼 보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자로서 추천하냐고? 안 합니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쉬셔라. 대부분의 밤은 아침 앞에서 고개도 못 드니까. 멀쩡한 집 놔두고 어디 회사에 남아 남길.


그럼에도 분명 저녁 텅 빈 회사는, 치명적인 시공간이다. 일단 이 좁고 비싼 서울 땅에 네 자리 하나 만들었어! 한 것에서부터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오늘 내가 이렇게 그 꼬심에 있는 대로 매혹당하지 않았겠는가. 가만 보면 나는 우리 회사를 되게 좋아하나? 일단 짝사랑은 아니라 다행이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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