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라 멀리 안 보여도 인생은 희극

by 씀씀


인생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 찰리채플린은 사는 일 몇 회차였을까?


고향 가는 차창 밖 논에 줄 지은 마시멜로. 나같은 타인에겐 귀여울 뿐인 물체가, 저 논이 일터인 분들에겐 노동일 테니. 채플린의 말은 이렇게 또 국경과 인종을 뛰 넘어 어느 인생을 관통한다.


채플린처럼 통찰을 못 가져도, 내 세월을 더러는 희극, 때론 마시멜로우로 볼 수 있는 시야와 시선은 가질 수 있기를. 그렇게 된다면야 벌써 신나는 일. 내 기존 인생에 희극의 경쾌함, 마시멜로우의 보드라움까지 더해진다면, 사는 일은 보나 마나 근사해질 수 밖에 없다.


근데 기세등등 저래 놓으니 내 기존 인생이 꽤나 버라이어티한 것 같네. 전혀인데 하면서도, 와중에 또 마냥 별 볼 일 없진 않았겠다 싶기도 한 건, 귀향길에 본 정체불명의 마시멜로우 하나에 이런 낭만이 가능한데. 그 인생이 어떻게 따분하고 무슨 수로 지루해.


떨어지는 낙엽에 열여덟 소녀처럼 웃진 못 해도, 열여덟 줄 글을 쓸 순 있으니, 자체적으로 18분 가량은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잖아 나? 멋지고 난리다.


*논밭에 보이는 저 마시멜로의 정식 명칭은 곤포 사일리지. 볏짚을 저장하기 위해 원형 베일러로 둥그렇게 말아 포장한 거란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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