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흔의 얼굴에 살아온 40여 년의 세월이 있을까요?
그럴 리가요. 근데 그러잖아요. 마흔부터는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보인다고. 그 말에 저는 제가 본 바들을 토대로 격하게 동의합니다.
그렇담 저도 보름 후부턴 살아온 세월이 얼굴에 스미고 비치고 굳겠네요. 우린 그걸 인상이라 부르게 될 거고요. 인상. 사람 얼굴의 생김새지만 달리는 인생의 모양도 되는 말이었어요.
상기 생각을 마치고 거울을 봤습니다. 많이 늙었네요. 주름은 언제 이렇게 패였고, 잡티는 왜 이렇게 늘었지. 저거는 흰머리인가? 엄숙해지려는데, 아직 이릅니다. 눈빛 여전히 초롱하고 입꼬리 위로 방긋하니, 이건 세상 풍파를 더 맞아보겠다는 얼굴이거든요.
그리고 진지하게, 내 얼굴이어서가 아니라 그 어디에도 악덕함이 없어요. 잘 나게 살진 않았어도 잘못하며 살진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목구비, 피부, 분위기의 조화가 맘에 듭니다.
곧 올 마흔에 지금 이 인상이라면 한동안은 무걱정이겠어요. 그 이유엔 위에 것들도 들 수 있겠지만, 그것들보단 지금 이것. 내 얼굴에서 본 가장 훌륭한 장점이 주효합니다. 우리 엄마 아빠 얼굴. 일흔 넘게를 법 없어도 되는 사람으로 살아오신 분들의 얼굴이 나한테 있는데, 내가 이 얼굴을 하고 어떻게 열심히 안 살겠습니까. 어떻게 못 된 마음을 품어요.
두 분이 본인들 좋은 점만 떼어주신 이 얼굴에 엄하고 험한 거 안 서리게끔, 나는 마흔에도 웃으면서 잘 살아야겠습니다. 내 얼굴에 부모가 있는데, 그 얼굴을 찌푸리면 엄마 아빠 인상 쓰게 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렇게 난 살인 미소 장착하고 웃상 될 일만 남았았습니다. 근데 미용업계는 큰일 났네요. 이보다 더 좋은 안티에이징이 없을 텐데, 이거 소문 나면 값 비싼 화장품이며 시술이 뭐 팔리기나 하겠어요. 그 점은 내가 미리 미안합니다.
살다 보면 또 십년 훌쩍 가겠죠. 마흔이 청춘으로 아련해질 거에요. 그 땐 세월이 또 얼마나 야속하려나. 근데 변태 같이 아주 한편으론 살짝 기대도 되네요. 어쩐지 그 때 다시 보게 되는 내 얼굴은 진짜 멋있게 늙어있을 거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