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람. 더 디테일하게는 상급자와 저녁을 먹고 가면 그것은 야근일까?
아무개. 여섯 시가 됐어. 근데 내가(부서장) 저녁을 먹쟤. 그럼 야근이야? 저녁 약속이야?
텍스트로만 보자면 본투비 꼰대 같을 질문. 허나 오프라인에서 들었을 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적당히 외로운 책임자의 적당히 부담스러운 애교 정도?
다행히 나를 향한 질문이 아니었던 물음. 그럼에도 나는 또 생각이 취미 아니랄까봐, 시뮬레이션을 열심히 한 바. 내 경우의 답은 무어냐.
나는 워낙에 인류애 충만한, 박애주의자. 그것이 어째서 야근입니까? 라는 주의였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동료들의 눈초리. 매장. 조리돌림이 예고된 수순인 데다, 내가 기준이자 정답은 아닐 터.
때문에 나는 날 향한 질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묵비권을 행사. 질문을 받은 동료의 부담을 덜어주지 않았다. 동료의 어쩔 줄 모르는 입술의 오믈거림이 가슴 아팠으나 자칫, 그 힘듦을 나눠지고자 혀를 놀렸다간 재치 만점 동료의 센스가 아니라, 상부에 잘 보이려고 혈안 된 동료의 무자비함이 될 것이 더 가까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내 공간이니 이제는 솔직하겠다.
직장 사람. 그것도 상급자와 일과 시간 이후의 만남이라는 까닭에 흔히 야근으로 취급받을 상황에 대해,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판단을 보류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시작은 직장. 동료. 상급자. 와의 시간일지 몰라도 그중에 나눈 얘기와 교감은 인간 대 인간일 수 있고, 그 와중에 쌓인 건 상명하복이 아닌 신뢰이자 호감일 수도 있는바. 또 그리고 그 시간 안에 것들을 어찌 이어갈지는 모르는 일이므로,
야근인지, 인연인지에 대한 판단은 당장 익일을 겪고 나서. 서로 지난 밤에 대한 감상이 비슷한지부터 보고 겪은 후에 하는 게 맞겠다. 더 정확히는 그 후, 아주 더 이후에 미워져도 보고 소원해져도 보고, 아니면 그 상태로 롱런도 해보고. 그렇게 오만 평온과 갈등을 겪거나 안 겪어본 후에 정하는 게 맞다는 생각임을 당당히 고백한다.
내가 어느 날 마주한 게, 직장 사람의 외로움인지. 나를 향할 해로움인지 알려면 얼마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직장은 돈 벌러 오는 곳이라는 정의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 캐릭터. 다만 그래야 속이 편하다고 하니 최선을 다해 그리 주문을 걸고 있을 뿐. 물론 그만 두면 볼 일 없는 사람. 할 얘기 없는 사이? 너어무 격하게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공감하진 않는다.
그런 식이면 내 인생은 뭐, 무너질 공든 인연 쌓는 일에 팔 할을 할애하고 한여름밤 꿈같은 시기를 돈으로 엮인 일과 사람에 속 없이 써버린 빛 좋은 개살구게.
휴. 이 밤 난데없이 아쉽다. 내가 더 수완이 좋거나 자산이 많아 사업체 하나쯤은 운영했어야 하는 건데. 그랬으면 출근을 취미, 야근은 데이트처럼. 즐길 수 있는 좋은 조직을 만들었을 텐데.
그렇다. 야근 아닌 교류 후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의 뻘소리를 거창하게 남겼다. 몹시 적나라하게 의식의 흐름인 듯하여 난감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출근이 코앞이라는 거. 지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