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보다는 하늘에서 먹히는 신혼부부

익스큐즈미, 신혼여행 왔습니다 2

by 씀씀


“비상구 좌석이 배정되셨는데, 임산부이시거나 어디 몸이 편찮으신가요?”


체크인 담당 항공사 직원 분의 물음에 어리가 둥절한 상황.


“에? 저요?”


그래 너. 너여야 하고 말고. 아무렴 어제로 4년 차 남자 친구를 졸업하고 남편이 된 내 옆에 남자가 임산부가 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참 나이기도 힘든 상황에서 전혀 생각 못한 질문을 받았으니, 이 새내기 부부 제법 당황할 수밖에.


당황의 이유는 간단했다. 비상구 좌석이 왜 나를?


나는 비행기며 항공권이며에 대해 잘 모른다. 어쩌다 여행 갈 때 티켓팅을 하는 그뿐이고, 이 일련의 행위에선 국적기며 좋은 좌석이며를 가리고 따지는 그런 게 없다. 조건 맞는 것 중에 젤 싼 거 끊는 거고, 좌석은 공항 가서 체크인할 때 남은 자리 중에 붙어있는 곳으로 하는 거다.


이 외에 내가 비행(기)에 관해 아는 거라면 음. 라이트 형제가 만들었다는 것과 신발을 벗고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비상구 좌석은 좀 더 비싸게? 일찍? 사야 한다는 것? 중요한 건 이마저도 확신이 없음. 일단 그렇다 치겠으니.


그렇다면 말이지. 나는 아직도 내가 왜 그런 좌석. 비상구 석에서도 거의 S석이나 다름없을 것 같은 자리에 앉게 된 것인지 그 영문을 숱째 모르겠으나.



내 나이 남편보다 네 살이 많고 이제 불혹이 낼모레라 노약자에 노도 맞고, 맨날 약을 달고 사는 데다 매가리가 없어 보이니 노약자에 약도 프리패스라고 둘이서 떠들어 왔기 때문에, 위 비상구석 당첨에 오 나 설마 이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교통 약자가 된 건가 하며. 항공사의 뽑기든 무엇이든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뿐.


나의 17박 19일의 신혼여행. 첫 나라 첫 도시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가기 위한 여정인, 경유지 아부다비로 향하는 9시간 45분의 비행은 그렇게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래 스타트. 말 그대로 이 비상구 석 배정은 시작에 불과했으니. 이어지는 비행에서 나, 그러니까 우리 부부는 2회마다 1번 꼴로 행운이 팡팡. 원래보다 좋은 좌석(뭐라 부르는지 모름)으로 배정이 된다거나, 우리 앞뒤만 모두 비워지고 나머지 좌석은 풀부킹. 거기다 그 비행기는 뒷문으로만 출입하는 모델이었다거나 하는 그런.



땅에서보다 하늘에서 풀리는 팔자인가? 아니면 허니문은 원래 세계 항공사들에서 막 이렇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해주고 그러는 건가? 그 달콤한 역사가 누적돼서 오늘날 ‘허니’문이라 부르게 된 건가?


비행기가 우리 부부를 비행기 태워준, 이 좋은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던 건. 이렇게 조금 더 나은 좌석도 저 세상 차원의 편안함인데 비즈니석은? 퍼스트클래스는? 그건 정말 하늘에 내 집 마련한 기분이겠다는 생각. 난 몰라 그럼 전용기는 뭐 어쩌란 거야 어떻단 걸까. 그건 하늘에 내 건물이 생긴 느낌이려나? 건물주 아니 제우스가 된 것 같은 그런?


여기까지가, 17박을 마치고 카이로에서 인천으로 가기 위해, 경유하는 아부다비 공항에서 남은 로밍데이터 2.5기가를 말끔히 소진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도 있는 신행 이야기 1화인데.


카이로->아부다비행 뱅기에서 그런 행운 없었고, 아부다비->인천은 그룹도 좌석도 천지차이라는. 좋다만 아니고 당연하고도 뻔한 결말!


그래도 덕분에 좋았습니다 항공사, 하늘, 운 담당자 분들이시여.


그렇게 배려해주신 허니문인데, 왜 인천으로 돌아가는 건 두 마리의 거지일까요. 신랑 네가 맨발 할래 왕초 할래? 아니지, 나이는 내가 많아도 이제 섬기며 살기로 한 우리 가정의 가장. 그러니 여보 당신 그대가 왕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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