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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숙녀 Oct 27. 2021

그러니까 결론은 첫사랑보다 삼쏘

지난 주말, 한 여자는 첫사랑을 만났다.

그녀의 첫사랑. 그건 이미 십 수년 훌쩍 넘긴 일.


우연찮게 만난 그를 보고 그녀는 가슴이 뛰었단다. 왜 안 그랬을까. 가슴만 뛰었으면 차라리 다행 일. 모르긴 몰라도 잔을 드는 손가락,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 자꾸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에서까지, 곳곳에 숨어있던 심장들이 곧 터질 것처럼 가쁘게 뛰었을 일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16년 만에 마주한 그 앞에 그녀의 당시 설렘과 그간의 그리움은 기어이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그에겐 다른 사람이 있는데, 뛰어버린 제 가슴을 어떻게 하냐 묻기에 두 번 생각도 않고 연락해보라고 했다가 이내 주워 담았다. 그 사람의 애인인 여자에게는 친구의 등장과 연락이 참 불쾌하고, 불안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 <애인이 있는 지난 사랑에게 못 다 준 마음이 제어가 안 될 때 알아야 할 100가지 지침> 식으로 정해진 매뉴얼이 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친구의 입장도 애인의 입장도 될 수 있는 처지임을 고려해, 모든 여자들이 '우리 이럴 땐 이렇게 합시다!'라고 합의라도 해놨더라면 덜 피곤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것도 자기 하기 나름인 거지. 100% 시간의 역할과 의무만은 아닐 터. 십 수년이 흘렀어도 첫사랑을 마주한 자리에서 시간을 이유로 퇴색한 건 결과적으로 그녀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별의별 사정이며 조건들로 뒤엉켜 고단한 이 나이대의 연애와 사랑에 치일 대로 치였으니, 풋풋한 마음 하나면 됐던 그때의 연인과 스스로를 향한 수란 상상 이상으로 치열한 것 테니까.


그 마음을 나 십분 이해한다. 두 번째 남자, 세 번째 연애도 아 '첫사랑' 아니던가. 름지기 사랑으로 울어본 들에게 첫사랑'동심' 같은 거니까. 한 번쯤은 돌아가고 싶거나 느끼고 싶은 고향집 같은 그런.


뾰족한 수를 줄 거라 믿었던 나 역시도 대답을 못 하자 그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추억에 흠집 내는  아닐까 하는 우려일 수도 있고, 본인과 같지 않을 수도 있는 그의 마음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자기 방어일 수도 있으리라. 그 망설임 또한 나는 이해한다.


한 가지 분명 확실한 건 연락을 하든 하지 않든 첫사랑 그는 당분간 그녀 안에 자작이 끓어오를 거란 것. 추억은 아무 힘이 없다는 사실은, 대게 그 시절을 다시 한번 현재로 바꾸어 보려다 실패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약속한다. 어떤 식으로든 곧 그녀의 맘고생이 끝나 나는 삼겹살과 쏘주로 그녀에게 심심한 아니, 찐한 위로를 전하리라고.


첫사랑  별 거 있냐? 술이나 땡기게 하지. 술도 사준대 같이 마셔도 준대. 친구가 훨 낫지. 안 그래?


그러니 그녀야, 날도 추운데 엔간히 헤맸으면 좋겠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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