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블루스(7) - 단편소설

by 하기

7.


배달원들과 일요일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회식 겸 해서 한국관 카바레에 가게 된 현철은 생전 처음 들어간 카바레의 요란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적응이 되지 않아 속이 안 좋았다. 몇 번 와 본 경험이 있는 배달원들은 얼마 되지 않아 자기 파트너를 찾아 각자 블루스를 추며 시간을 보내 좌석에는 현철 혼자 물끄러미 앉아 있었다.


동네 아줌마들과 들어오는 수현의 미모는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빛이 났다. 시끄러운 소리에 입구 쪽을 바라보던 현철의 눈길에 수현이 잡혔다. 웨이터들의 손에 이끌려 테이블에 앉게 된 자리가 현철의 맞은편이라 자연스럽게 수현도 현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수현을 쳐다보는 현철의 넋 나간 모습을 배달원들이 보게 된다.


“형님 저 누님 마음에 드세요.”형재가 웃으며 현철의 마음을 떠본다. 우현은 갑자기 수현의 자리로 가더니 수현에게 귓속말로 무슨 얘기를 한다. 수현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더니 현철을 쳐다본다.


“사장님 제가 저 누님에게 형님 어떠냐고 말했더니 싫지 않은가 봐요. 잘 나가는 중국집 사장님이라고 광고했으니 잘되면 저한테 양복 한 벌 사주세요.” 우현의 말에 현철은 순간 당황했지만 싫지 않은 듯 동생들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수현의 자리로 갔다.


“죄송합니다. 동생들이 짓궂어서. 초면에 실례해도 될까요?”


“이미 실례하셨네요. 하하. 이런 자리에서 너무 예의 차려도 재미없지 않나요?”


“그렇군요. 전 오랜만에 춰 보는 춤이라 서투른데 좀 도와주실래요.”


현철과 수현은 무대로 나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갈색으로 염색한 수현의 풍성한 머릿결이 출렁일 때마다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현철은 황홀한 기분에 빠져 수현의 허리를 말없이 안았다.


“나 비싼 여잔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네. 아름다움에는 대가를 지불해야죠.”


밤이 깊어지자 파트너를 찾은 남녀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현철과 수현도 적당히 취기가 오르자 형재와 우현에게 놀다 오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라도 한잔 하시겠어요.”


“차보다도 아까부터 머리가 아파서 좀 누워서 쉬고 싶은데. 어디 좀 쉴 데가 없을까?”수현은 현철을 은근히 유혹했다.


“맞은편에 호텔이 있던데 그리로 가서 잠시 쉬시죠.”


현철은 수현의 유혹을 반가워하며 대답했다. 오랜 총각생활로 여자에 대한 그리움이 쌓일 대로 쌓여 있던 현철은 수현의 아름다운 육체와 묘한 매력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수현과 친해지면서 수현은 현철을 가족들에게 소개한다. 현철의 나이를 알고 난 후 사업상 아는 동생으로 현철을 가족에게 소개한 수현은 남편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내라며 현철을 집안 행사에 초대하고 삼 남매에게는 삼촌이라고 부르라며 가족처럼 지내게 한다.


처음에 이런 상황이 낯설었지만 가족들에게는 여러 번 같은 상황이 있었던 것처럼 남편인 영우와 삼 남매는 현철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현철이 중국집을 운영하는 것을 안 삼 남매는 현철의 중국집에 드나들며 끼니를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수현은 현철과 정사를 한 후에는 항상 집안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비용에 대하여 걱정을 했다.


“이번에 큰딸 연수 중학교에 입학하면 교재와 교복비 등이 들어가는 데 자기가 좀 내주면 안 돼. 삼촌 좋다는 게 뭐야. 이럴 때 연수한테 점수 좀 따.”


“알았어. 내가 내일 은행에 가서 찾아 줄게.”


“고마워. 현철 씨 사랑해. 그리고 이 넥타이 연수 중학교 입학식에 메고 와. 자기는 분홍색이 어울리는 것 같아”하며 수현은 현철의 목에 새로 산 넥타이를 매어주며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런 수현이 얄밉기도 했지만 삼 남매의 육아비용을 본인이 대준다는 것에 현철은 집안의 가장이 된 듯한 기분에 행복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무슨 일인가를 해보는 경험이 아직 없었던 현철에게 수현과 그 가족은 자신이 지켜야 할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끝없는 수현의 요구에 현철의 능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철이 돈을 주지 않으면 수현은 현철에게 사납게 대했다. 마치 처음 본 사람인 양 대하는 수현의 싸한 태도에 현철은 정나미가 떨어질 만도 했지만 어디서라도 돈을 구해 갖다 주면 천사처럼 변하는 수현에게 무릎을 꿇고 마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수현의 아름다움에 중독된 현철은 로봇처럼 수현에게 조작당하고 있었다. 본인도 느끼고 있었지만 중독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사장님 퓨처 리빙이라고 아세요. 제가 이번에 가입했는데 대기업에서 하는 다단계판매회사예요. 이 걸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네요.”


현철이 돈이 궁하다고 여러 번 얘기했더니 배달원인 형재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형재의 말에 혹하여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현철은 형재와 함께 청량리에 있는 퓨처 리빙 본사에서 일주일 교육을 받고 정식 회원으로 가입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현철의 라노스 승용차 트렁크에는 옥매트와 각종 건강식품 등 기백만원 어치의 다단계 상품이 들어 있었다. 교육을 같이 받은 형재는 고향에 가서 세일즈를 하겠다고 현철과 같이 오지 않고 서울역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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