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블루스(8) - 단편소설

by 하기

8.


서울역으로 간 형재를 같은 배달원인 우현이 맞이하였다. 둘은 은밀하게 눈빛을 교환하며 대합실에서 얘기를 나눈다.


“전세보증금은 받아 왔어.”


“응. 부동산 중개인에게 장사장계좌를 이용하여 받아서 우리 통장으로 이체해놨어. 사장이 우리에게 통장 입출금 심부름시키며 가르쳐준 통장 비밀번호를 이용했지.”


“지금 쯤 우리가 자기를 속이고 보증금을 가지고 달아난 사실을 눈치챘을까? 장 사장.”


“아마 모를 걸 눈치가 없어서. 우리가 수현 누나를 일부러 만나게 해 준 것도 꿈에서도 모를 걸. 며칠이 지나야 사태를 파악할 거야. 그러니 애 셋 딸린 유부녀에게 놀아놔 야금야금 재산을 말아먹고 있지. 우리도 장 사장 믿고 있다가 퇴직금도 못 받을 것 같아 이렇게 일을 꾸민 거 아냐. 수현 누나에게 정신이 팔려 중국집 망해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냐? 수현 누나도 처음엔 우리에게 용돈도 주고 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남처럼 입 닦잖아. 장 사장이야 집도 있고 하니까 정신 차리고 새 출발하겠지.”


“혹시나 해서 내가 편지로 차용증 하고 만들어서 보내려고. 나중에 혹시 문제 되면 돈을 빌린 거로 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할 것 같아서. 그리고 수현 누나 얘기도 썼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니 조심하라고. 우리한테 사장님 돈 많은 거 알고 소개해 달라고 했다고.”


“그래 그게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유리할 거야. 기차 들어올 시간이다. 우리 이제 출발하자.”우현과 형재는 가방을 들고 대합실을 빠져나와 기차가 도착하는 플랫폼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우현과 형재는 몇 년간 아사원에서 배달을 하며 성실한 태도로 현철의 신뢰를 얻어 중국집의 경영과 관련한 통장 입출금 심부름까지 하게 되었다. 그때 알게 된 통장의 비밀번호 및 현철의 인감도장의 위치에 대한 정보 등을 알고 난 후 견물생심이라고 사건을 꾸미게 된 것이다.


위임장을 작성하고 인감도장을 날인한 후 만기가 된 전세보증금을 건물주에게 받아 고향으로 내려가 자기들의 중국집을 개업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이런 그들의 계획을 완벽하게 실행하기 위하여 일주일 정도 현철의 부재가 필요했던 그들은 퓨처 리빙 교육을 핑계로 형재가 현철을 교육에 참여시켜 횡령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현철은 아무것도 모르고 중국집에 도착하였다. 당연히 우현이 장사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중국집의 문이 닫혀 있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우현이 잠시 어디 나간 거라고 생각한 현철은 열쇠를 이용하여 중국집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중국집에 들어간 현철은 가게 안의 모습에 놀란다. 일주일 동안 장사를 한 흔적은 없고 썰렁하기만 한 홀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우현은 보이지 않고 음식을 한 흔적도 없었다.


지금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해보려고 한 현철에게 현실을 알리는 방문자가 나타난다. 건물주인과 복덕방 주인, 그리고 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현철을 보자 반가운 듯 말을 건다.


“장 사장 오랜만이야. 이제 가게 인수인계할 준비는 되었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현철의 반문에 건물주는 놀라며 다시 반문한다.


“이번 달 말까지 계약기간 아닌가? 그래서 통장으로 보증금 돌려주고 이렇게 새로 중국집 인수할 분까지 데리고 온 것 아닌가. 참 이 사람도 농담을 해도.”헛기침을 하는 건물주의 얼굴은 당황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제가 언제요. 저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기에 당연히 계약이 연장되는 줄 알았죠.”현철은 화가 나 건물주에게 대들었다.


“여기 서류 보시죠. 본인의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에 계약 만료에 동의한다고 다 서명하셨잖아요.”복덕방 주인은 서류를 보여주고 현철에게 설명했다.


현철은 당황하여 우현과 형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모두 가입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제야 현철은 우현과 형재가 자신의 보증금을 가지고 도망간 사실을 눈치챘다.


망연자실한 상태에 빠진 현철을 보고 건물주와 복덕방 주인은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어조는 단호하게 말한다.


“본인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계약은 만료되었고 보증금도 반환했으니 빨리 가게를 비워주게. 약속을 안 지키면 우리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으니. 그럼 우리는 믿고 가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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