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블루스(9) - 단편소설

by 하기

9.


가게를 비워 준 현철은 가지고 온 옥매트와 건강식품 판매에 공을 들여본다. 누나와 형 가족이 몇 개 사 주었지만 영업체질이 아닌 현철에게 처음부터 피라미드 판매는 무리였다. 반품을 시도해보지만 소유권이 모두 이전되었다며 퓨처 리빙 본사는 반품을 거절한다. 동네 사람들과 지인들에게 거의 공짜로 물건을 처분한 현철에게 수현은 500만 원이 필요하다며 연락을 한다.


“이번에 남편 여동생이 결혼을 하잖아. 장남이고 해서 많이는 못해줘도 500만 원은 지참금으로 해 줘야 할 것 같아.”수현은 전화로 말했다.


“누님 제가 요즘 힘들어서 그러니 좀 시간을 주세요. 마련되면 연락드릴게요.”


“아니 중국집 사장님이 500만 원이 없어. 그렇게 쩨쩨하게 굴 거면 우리 헤어져.”수현은 매정하게 현철을 다그쳤다.


“알았어요. 내일모레까지 어떻게 구해볼 테니 모레 한국관에서 만나요. 저도 드릴 말씀도 있고.”


“그래 이틀이야 못 기다리겠어. 현철 씨 다그쳐서 미안해. 난 현철 씨가 소극적으로 나오니 내가 싫어진 게 아닐까 해서 그런 거야.”


전화를 끊은 현철은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이 추가로 가능한 가 알아보기 위하여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현철의 전화를 받은 대출담당자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현철에게 말한다.


“사장님 추가 대출은 힘들 것 같네요. 지금 대출하신 금액도 한도가 됐고 사업실적도 좋지 않아 조만간 대출상환 통지서가 발송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기한 내 상환이 되지 않으면 아파트 경매가 시작될 수 있으니 추가 대출 생각보다는 기한 내 대출상환부터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출담당자의 통보에 현철은 전화를 끊고 금고를 열어보았다. 금고에는 퓨처 리빙 옥매트를 친척들에게 강제로 팔고 남은 2백여만 원의 현금이 남아있었다. 현철은 이 돈을 수현에게 주고 목포로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얼마 전 목포의 누나는 김과 다시마 양식업에 손을 대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한 적이 있는데 현철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목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누나와 형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가는 것도 본인의 삶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였다. 항상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철의 태도는 극단적인 선택을 그에게 강요하였다. 자기만 없어지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마지막으로 본인이 수현에게 줄 수 있는 2백만 원을 봉투에 넣은 후 현철은 수현과 만나기로 한 한국관으로 향한다. 수현을 처음 만난 날 입었던 감색 양복과 수현이 선물해 준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한 때 현철은 수현이 메어주는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었다. 수현이 삼 남매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포기한 꿈이기는 하지만.


한국관에 들어서 현철은 수현과 처음 만났던 자리에 앉아 수현을 기다렸다. 10여분이 흐르자 출입구를 열고 수현이 들어왔다. 가슴이 패인 청색 원피스에 염색한 갈색 생머리를 나풀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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