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현철의 안주머니에는 어제 받은 우현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에는 급하게 떠나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차용증이 들어있었다. 돈을 벌게 되면 반드시 갚을 것이라는 약속과 처음부터 수현이 현철을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했으니 그녀를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넥타이로 수현의 목을 조르던 현철은 말없이 수현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수현의 얼굴에서 죽은 엄마의 얼굴이 나타났다. 엄마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현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철은 넥타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양복 주머니에서 약상자를 꺼냈다. 수면제 100여 알이 상자에 들어있었다. 오랜 불면증으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지 않고 모아 둔 것이었다.
현철은 수현을 죽이고 그 옆에서 수면제를 먹고 본인도 죽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차마 수현을 죽일 수는 없었다, 흐르는 눈물을 세면대에서 닦아 내고 현철은 약통에서 수면제를 꺼내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 안주머니에서 2백만 원이 든 봉투를 꺼내 잠든 수현의 머리맡에 올려놓고 현철은 수현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난 후 조용히 방을 나갔다.
현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예전에 담배를 피기 위하여 옥상 흡연장에 온 기억이 났다. 올라와서 문을 열어 보니 잠기지 않아 있었다. 담배 한 가치를 피고 옥상에서 밑을 바라보니 닿을 듯 가까워 보였다. 그곳에서 엄마와 누나가 현철을 부르는 것도 같았다. 난간 곁으로 다가가는 현철의 모습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2시간 정도 후에 수현은 잠이 깨었다. 목이 아파 손을 대보니 현철의 넥타이가 목에 매어져 있어 매듭을 풀고 눈을 떠서 주변을 살펴보니 돈봉투가 있었다. 돈을 확인하고 수현은 현철을 불렀다.
“현철 씨 돈이 부족한데 나머지는 언제 줄 거야?”하며 방을 살펴보았지만 현철은 없었다.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수현은 호텔방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변기 위에 놓인 수면제통을 발견한다. 현철이 영원히 자기를 떠난 것을 직감한 수현은 침대 위에 앉아 한참을 흐느낀다.
화장대 위의 탁자에서 티슈로 눈물을 닦은 수현은 넥타이를 풀고 빨갛게 물든 목을 보고 화장품으로 덧칠을 해서 표 나지 않게 감춘다. 번진 마스카라를 물티슈로 닦아내고 원피스를 입은 수현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방을 나간다.
방을 나간 수현은 호텔 로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들 것을 들고 환자를 차에 태우는 광경을 목격한다. 하얀 천에 전신이 덮여 있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환자의 손이 천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환자를 싣고 문을 닫은 앰뷸런스는 요란스럽게 사이렌을 울리며 출발하였다.
[ 당선소감 ]
학창 시절 소설을 읽으며 막연히 작가의 길을 동경하였던 소년은 직장생활을 하며 생계와 가족부양이라는 현실 속에 문학을 잊고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직장 내 문예전에 당선을 하며 다시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 지천명의 나이 즈음이었을 겁니다. 3년여에 걸쳐 신춘문예와 공모전에서 낙선을 반복하면서 다시 순수하게 독자의 길을 택해 작가의 꿈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 한여름밤의 꿈처럼 강원문학 신인상 당선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작가의 길을 열어준 강원문인협회와 심사위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작품을 씀으로써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문학의 세계로 저를 인도해주신 직장내문우회 김군길 시인님, 이규흥 시인님. 등단 선배로서 항상 제 소설을 격려해주신 임상현 소설가님,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어머니, 장모님. 가족 친지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제 소설의 첫 독자로서 따끔한 지적과 조언, 때로는 따뜻한 격려로 문학의 길을 동행하여주는 아내와 딸아이에게 수상의 영광을 바칩니다.
저에게 문학은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 크리스마스에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영원히 짝사랑인 줄만 알았던 문학에게 첫 데이트를 허락받은 기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