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현철의 형이 살던 이문동 단독주택이 재개발에 들어가며 현철의 형과 형수는 이문동을 뜨게 된다. 목포에 사는 현철의 누나가 배를 한 척 더 구입하면서 일손이 부족하자 때마침 IMF로 인한 실직으로 힘들어하던 형과 형수에게 목포로 내려와서 어업을 하며 같이 살자고 설득을 하여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형과 형수는 보상금으로 받은 돈의 일부를 현철에게 주고 살림이 넉넉해진 누나도 돈을 보태주어 현철은 이문동에 아사원이라는 중국집을 인수하여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다가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실력이 바탕이 되어 중국집까지 개업하게 되었다.
중국집을 개업하기 위하여 이문동으로 돌아오는 현철의 심정은 복잡했다. 형제들이 모두 떠난 이문동은 재개발로 을씨년스러웠다. 아직 철거가 되지는 않았지만 옛집이 있던 골목길은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음산한 기운마저 들었다. 다행히 인수한 중국집은 대로변에 있고 방이 구비되어 생활하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대로변 맞은편으로 새 아파트가 들어서 배달 주문도 많아 현철은 배달원을 2명이나 고용하고 중국집에서 배달일을 하며 깨우친 노하우를 가지고 단골을 늘려나가 사업은 비교적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사업이 안정되어 가며 경제적으로는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할 정도로 풍족해졌지만 24평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현철은 전에 없던 외로움이 늘어났다. 가끔 가족들이 모두 있는 목포의 누나 집에 방문하여 가족과 조카들을 보는 순간들은 행복했지만 서울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현철의 내면은 공허했다.
“현철아 이제 사업도 안정되었으니 결혼을 해야지. 내가 신붓감 좀 알아볼까?”누나는 현철의 마음을 읽은 듯 현철에게 결혼을 권했다.
“이제 겨우 경제적으로 안정되었는데 결혼은 조금 더 생각해보고 하려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누나”현철은 말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혼자 지내 타인의 존재를 버거워하던 현철은 결혼을 하여 가족을 이루는 일에 막연한 공포감이 있었다.
“그럼. 연애라도 하던지. 젊은 남자가 홀아비 냄새 풍기며 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안 그래”
“알았어. 노력해볼게.”현철은 웃으면서 누나에게 말했다.
때마침 현철의 집 근처에 한국관이라는 카바레가 생겼다. 현철은 대학시절 댄스동아리에서 탱고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식당이 쉬는 일요일 오후에 직원들과 한국관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현철은 수현을 만나게 된다.
현철이 수현을 만난 건 현철 입장에서 운명적인 우연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사원의 배달원인 우현과 형재는 이문동에 한국관 카바레가 생긴 후 주말에 자주 놀러 갔다. 아사원 식당에서 외롭게 총각신세로 지냈지만 중국집이 쉬는 휴일에는 외로움을 달랠 목적으로 한국관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곳에서 자주 수현을 만나게 되었다. 몇 번 춤도 같이 추고 하여 수현을 알게 되었다. 가난해 보이는 우현과 형재를 수현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현과 형재는 수현에게 자기네 사장이 총각인데 집도 있고 중국집도 운영하는 능력 가라는 얘기를 흘리며 수현의 관심을 끈다.
“그래. 그럼 언제 한번 사장님 좀 소개해 줘. 난 능력 있는 남자가 좋더라.”
“알았어요. 누님. 그런데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 아시죠? 사장님과 잘 되면 저희들에게 섭섭하지 않게 보상해주셔야 해요.”
“그럼. 이 바닥에 공짜가 없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알아. 걱정하지 마. 혼자만 챙기지는 않을 테니까.”수현은 은근하게 우현과 형재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