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블루스(5) - 단편소설

by 하기

5.


고등학생이 된 현철은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조카와 한 방을 쓰면서 잠은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와 잤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근처 피시방이나 오락장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형과 형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기숙사가 있는 대학을 가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현철은 잠시나마 학업에 열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졸업하면 철도공무원으로 특별채용이 보장되는 철도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학교에 입학하여 공무원으로서 미래가 보장되었지만 현철은 만족하지 못했다. 댄스 동호회에 가입하여 취미생활도 하고 좋아하는 게임을 하기 위하여 컴퓨터도 구입을 하여야 했다. 이런 비용들을 아르바이트나 근로를 하며 버는 소득으로 충당해야 했는데 현철은 그러지 않았다.


때마침 신용카드 사용이 장려되면서 소득이 없어도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현철은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이를 돌려막기 하면서 신용대출을 사용하였다. 잠시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는 신기루 같은 일장춘몽일 뿐 조만간 현실이 나타났다. 신용카드 회사에서 채권추심을 시작하면서 현철은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없게 되었다.


학교를 중퇴하고 신용카드사의 채권추심을 피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동가식 서가숙 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카드 빚을 갚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결국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숙소 문제를 해결한 현철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철가방을 메고 중국음식을 배달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가족들과도 만나지 못하는 과정에서 불면증에 걸린 현철은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심신이 지쳐간다.


일산에서 5년 정도 배달을 한 현철은 신용카드회사에서 더 이상 채권추심을 하지 않자 흑석동에 조그만 원룸을 구해 자취를 하게 된다. 주민등록신고도 하고 목포에 있는 누나에게 5년 만에 소식을 전하며 가족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현철의 모습은 20대 중반이었지만 50이 넘은 중년의 아저씨같이 늙어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수현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살뜰하게 수현을 챙겼던 할머니가 오랜 지병인 심장병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이다. 수현은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데 어머니와 새아버지가 나타나 수현을 데리고 지방으로 가게 되었다.


할머니의 집을 처분한 돈을 가지고 수현을 데리고 간 어머니는 돈을 다 사용하고 나자 수현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본인의 일에만 신경을 쓴다. 고등학생이 된 수현의 미모는 의붓아버지의 마음을 동하게 하였다. 수현에게 딴마음을 품고 있는 줄도 모르고 어머니는 수현과 새아버지만 놔두고 며칠 씩 집을 비우곤 했다.


계속되는 새아버지의 치근거림에 수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하게 된다. 여기저기에 일자리를 구하며 생활을 이어 나가지만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처지가 된다. 힘들게 일상을 이어가던 수현은 서울의 이문동에 있는 닭갈비 전문식당에 취직을 한다. 약간 모자란 아들을 둔 여주인은 수현의 미모를 눈여겨보다가 스무 살이 되자 자기 아들과 연분을 맺게 한다.


10살 이상 차이가 나고 중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식당 집 아들이 수현의 눈에 남자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수현은 이 결혼을 받아들인다.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수현은 식당은 남편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돌아 다니게 된다. 연달아 3남매를 낳으면서 몸매가 많이 망가지기는 했지만 오래지 않아 처녀 시절의 몸매를 회복한 수현은 마침 동네에 생긴 한국관 카바레에서 춤을 추며 예전에 해 보지 못한 연애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수현을 처음에 남편은 타일러보았지만 수현은 그때마다 그러면 이혼하자고 하며 더 화를 내어 이혼만은 피하고 싶었던 남편도 포기하고 만다.


“알았어. 그러면 외출을 하더라도 밤에는 집에 들어와서 자도록 해요.”


“알았다니까. 내가 나가서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우리 식당 수입으로 3남매를 어떻게 키워. 남자들하고 춤 한번 춰주면 우리 식당 하루 수입이 생기는 데 안 할 수가 있냐고. 자기가 식당으로 버는 수입이 많으면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지.”


너무나 당당한 수현의 태도에 수현의 남편인 영우는 오히려 기가 죽어 물끄러미 자고 있는 삼 남매의 얼굴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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