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1) - 단편소설

by 하기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제주도에 있는 교육원에 갔다가 지인으로부터 모 부처 직원이 대리운전 여기사와 바람이 났다는 찌라시 같은 얘기를 듣고 힌트를 얻어 집필하게 된 소설입니다. 중년의 남성인 주인공은 일과 사랑 모두의 성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중년 남성의 고민을 풀어보려고 써 본 이야기입니다. 불륜 등 내용이 19금이라 부득이하게 야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19세 미만자는 패스하시는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소설 속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저의 상상력에 의존한 허구의 사실로 소설로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내가 그녀에게 끌린 것은 제주도의 바람 때문이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불어오던 바람, 그것은 찐득한 해풍이 남겨 놓은 높은 습도 때문에 선잠을 잔 내가 호텔 발코니의 창문을 열면 불어와 내 볼을 스쳤다. 연수 중이던 교육원의 강의실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야외 휴게실에 나가도 슥슥 소리를 내며 바람은 나에게 속삭였다.


“서둘러, 이제 너의 청춘이 저물어 가고 있어. 더 이상 너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몰라.”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게 된 것은 각방에 싱글 침대를 넣고 각자 잠자리를 갖자고 아내가 제안하고부터였다.


“자기도 나 때문에 선잠을 자는 것 같고 나도 요즘 일이 힘들어 잠이라도 푹 자야 출근하기 좋을 것 같아.”하며 아내는 트윈침대를 싱글 침대 2대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고 각방에서 각자의 침대에서 잠을 자며 우리는 쭉 섹스리스 부부로 생활하게 됐다. 그 전에도 결혼 10년을 넘기면서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섹스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문제는 나이가 들며 이석증으로 고생하며 어지럼을 달고 다니던 아내에 비해 운동을 좋아하며 술, 담배를 멀리하기 시작한 나의 건강이 지나치게 좋아지고 있다는 데 있었다. 항상 피곤해하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아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나는 남성으로서의 나의 욕구에 관심이 없는 아내의 태도가 불만스러웠다.


“내일부터 3주간 제주도 교육원에서 연수받는 거 알고 있지?”


“응, 자기 짐 캐리어에 다 넣어 놨으니 확인해봐요.”


퇴근 후에 아내에게 연수 간다고 말하니 아내는 벌써 다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았다. 출장과 교육이 잦은 나를 위해서 아내는 많은 경험이 있어서 장기출장 시 필요한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 필요한 것을 잘 알아 수월하게 연수를 갈 수 있었다.


김포에서 비행기 탑승수속을 마치고 나는 시장기가 돌아 푸드코트에서 라면과 주먹밥을 먹은 후 비행기를 탔다. 제주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창문 쪽에 앉은 나는 창문 밖 구름의 풍경을 바라보다 지루해져 잠깐 선잠을 잤다. 깨어보니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다. 렌터카 회사의 버스를 타고 도착한 사무실에서 렌트한 스포티지 신형을 인수하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이동했다. 오디오를 트니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나오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 있네.”


서귀포 교육원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저물어 있었다. 숙소로 지정된 교육원 옆 라마다호텔 8층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차를 몰고 서귀포 시내로 나오니 일요일이라 식당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마트에 주차하고 푸드코트에서 순두부찌개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3주간 필요한 물품 및 식료품 등을 간단히 쇼핑하였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룸으로 들어온 나는 식료품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발코니로 나와 창문을 열었다. 제습기로 습기가 제거된 방 안의 공기는 건조하였지만 창문을 열자 바닷바람과 함께 습기가 훅 하고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서귀포 항에는 한치잡이 배들의 전등이 도시의 네온사인처럼 정렬해 서울에서 온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옷을 벗고 샤워를 한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아내에게 의무적으로 제주도에 잘 도착했다고 문자를 하였다. 그럼 푹 쉬라는 답장을 아내는 문자로 해왔다. 잠자리에 든 나는 낯선 곳이었지만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든 나는 목이 말라 새벽에 잠이 깼다. 새벽잠을 깬 나는 발코니의 창문을 열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슥슥하는 바람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낮에 들은 김광석의 노래 가사와 함께 바람의 노래가 새벽의 서귀포, 아니 내 맘에 들려오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J8OUxq7svA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감상하기)




매거진의 이전글슬리퍼 - 초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