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

(단편소설) 만년 차장 한만운 개납 생존기 - 11

by 하기

11.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


나의 주치의였던 지장은 교수는 링 커버 수술의 성공으로 의학계에서 유명해져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국립병원 원장으로 스카우트되어 출국한 상태였다. 대신 부교수였던 정이철 교수가 나의 주치의가 되었다. 그는 나의 상태를 검사한 후 나에게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등에 난 혹은 지방덩어리로 수술로 제거하면 되지만 심장초음파 결과 지난번 수술부위에 지속적으로 혈전이 생겨 밖으로 종기 형태로 돌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면 의료사고 아닌가요.” 나는 걱정스럽게 말하여 한편으론 이런 위험한 수술을 한 지장은 교수가 원망스러웠다.

“환자분에게 이런 위험성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동의서를 받은 거라 의료사고는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으로 병원 측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초기 링 커버에 있었던 문제들 때문에 링 커버 수술이 국내에서 지금 금지 수술로 지정되어 난감하네요.”

“아니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하죠. 계속 이런 종기가 몸에 나면 살 수가 있습니까?” 나는 의사에게 불만을 표시하였다.

“지장은 박사에게 연락이 돼서 알아보니 초기 모델에 대한 문제점을 제거한 새로운 링 커버로 재수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6개월 동안 수술일정이 잡혀 있어 지장은 박사가 국내에 입국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당분간 국내에서 링 커버 수술이 금지되어 있으니 죄송하지만 두바이로 가서 재수술을 받으셔야 할 것 같네요. 수술과 관련된 모든 비용과 항공비 및 체제비까지 두바이 국립병원과 저희 병원이 분담할 테니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의사의 말은 우리 가족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지만 그의 말대로 하는 방법 외에 다른 뾰족한 묘수가 없었다. 아내와 나는 학교와 세무서에 연가와 병가를 내고 두바이로 떠나는 비행 편을 예약하였다. 정연이는 수술기간 동안 형님댁에 맡겨두기로 형수와 얘기를 하였다.


인천공항에 가서 탑승수속을 하며 나와 아내는 서로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몸이 안 좋은 나를 대신하여 모든 업무를 대신하고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니 내가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해서 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운동을 핑계로 최이정과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건강이 악화된 원인이 된 거 같아 아내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부담스러웠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두바이는 관광으로 갈려면 몇 백만 원 드는데 병원에서 돈 다 돼주고 가니 여행 간다 생각하고 맘 편히 가져요.” 내가 수술 때문에 걱정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내는 내 맘을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 듯했다.

아내의 미소에 나는 이번 재수술이 성공하면 다시는 딴생각하지 않고 아내에게 충성해야겠다는 맹세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의 이름 ‘만운’은 만 가지 행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중 최고의 행운은 내 앞에 있는 나의 아내였던 것이다. 아내가 항공권 발급을 위하여 발급창구에서 기다리는 사이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사기 위하여 공항에 있는 엔제리너스 커피숍에 들어갔다. 커피를 기다리며 창밖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여행객들을 보다가 나는 최이정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최이정은 어떤 남자와 웃으면서 탑승구 대기석 쪽으로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뒷모습이 낯이 익어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던 남자는 탑승구 대기석에 앉아서 최이정의 코에 자기의 코를 갖다 대고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헬스장의 트레이너였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보이지 않는 자리로 가서 둘을 몰래 관찰하였다.

“이제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피트니스 클럽을 열면 우리 둘의 꿈이 이루어지는 거지?” 최이정은 트레이너를 보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 다 이정이가 투자금을 잘 끌어모은 덕이지. 하하”

“자기가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회원들에게 나에 대한 신뢰를 쌓도록 한 작전이 성공한 거지. 후후.”

“그런데 한만운 회원에게는 왜 투자를 받지 않은 거야.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 나도 보는 눈이 있는 데 그런 고리타분한 공무원이 뭐가 좋다고. 다만 장례식에 온 것은 뜻밖이었어. 진심으로 우리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더라고. 왠지 나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돌아와서 할머니에게 잘못을 비는 것 같은 착각이 생겼어”

“그러게 그 사람이 있어 난 장례식장에 같이 있어 주지도 못하고.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들어 그 사람한테는 투자를 안 받은 거구나.”

“그건 아니고. 그 사람 국세청 직원이잖아. 우리를 끝까지 추적해서 우리 둘 사이를 알아내고 세금을 추징하면 자기도 곤란해지지 않겠어.”

“그렇게 깊은 뜻이. 역시 최이정이라니까.” 트레이너는 그녀가 이뻐 죽겠는지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나는 말없이 돌아섰다.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나오는 나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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