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의 탄생,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들의 화려했던 10년간의 비행

by 하기

명곡의 탄생,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들의 화려했던 10년간의 비행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두 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음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내 가슴만 두근두근

답답한 이 내 마음 바람 속에 날려 보내리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가 내 마음을 빼앗아 버렸네

이슬처럼 영롱한 그대 고운 두 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음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내 가슴만 두근두근

바보 바보 나는 바보인가 봐


송골매는 배철수와 이봉환 등으로 구성된 항공대의 캠퍼스 밴드 활주로와 김정선, 구창모가 주축이 된 홍익대의 블랙테트라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록밴드이다.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서 '구름과 나'로 우수상과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로 인기상을 받으며 만난 두 그룹은 배철수가 구창모의 가창력에 반하면서 그룹 활동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그 약속은 활주로가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으로 입상하며 송골매 1집을 낼 때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상만사로 록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1집 활동에 한계를 느낀 배철수는 직접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하며 그룹의 대중적 성장을 도모한다. 활주로의 하드록적 특성에 구창모의 보컬, 김정선의 뛰어난 기타 실력, 이봉환의 키보드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음악적으로 대박을 터뜨린다. 1982년 송골매 2집에 수록된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그들의 화려한 비행을 축하하는 축포를 터뜨려준다.


김정선이 현란한 기타 실력으로 인트로를 연주하며 노래에 몰입하게 해 주고 이어서 터지는 구창모의 시원스러운 고음은 이 가요를 대중들에게 송골매의 대표곡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구창모가 직접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노래방 등에서 계속 불리며 그에게 저작권료 수입을 가져다주어 행복한 웃음이 나오게 만들어주고 있다.


나의 중학생 시절 짝꿍이었던 친구는 봄소풍이나 가을소풍 장기자랑시간에 이 노래와 송골매의 또 다른 히트곡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부르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곤 했었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던 나는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냥 부러워했던 추억이 생각난다. 내가 이렇게 대중가요 리뷰를 쓰는 것을 알면 그 친구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궁금해진다.


이 노래의 성공 이후 송골매는 산울림에 이어 KBS 가요대상 록밴드그룹상을 연속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2집에서 모두 다 사랑하리가 연속 히트하였고, 다음 앨범에선 '처음 본 순간', '아가에게', '빗물' 등이 사랑을 받았다. 젊음의 행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철수가 감전사고를 당하며 뜻하지 않은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동경가요제에 입상하며 건재를 과시한다.


대중들은 헤비메탈에 매료되어 음악을 시작한 히피 스타일 배철수의 하드락과 심오한 가사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배우같이 수려한 외모의 구창모가 선사하는 감미로운 팝 발라드에 찬사를 보낸다. 그들의 완벽해 보이던 하모니가 위기를 맞이한 것은 구창모의 그룹 탈퇴와 솔로 선언이었다. 우상이었던 딥퍼플처럼 롱런하는 록밴드를 꿈꾸었던 배철수에게 구창모의 솔로 선언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팬들도 구창모와 송골매로 나누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립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구창모와 송골매 모두에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구창모는 원하던 솔로 활동을 통해서 '희나리',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등 대중적 코드의 음악을 부르며 사랑을 받았고, 송골매도 그들이 추구하던 하드록을 계속하고 '하늘나라 우리님', '새가 되어 날으리', '모여라' 등이 히트하면서 대중성과 음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에게 지기 싫었던 배철수와 구창모의 음악적 노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며 오랜 친구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배철수는 91년 송골매를 해체하고 30여 년간 음악캠프 디제이를 하며 MBC 라디오 전설의 입이 되었고 구창모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건설 사업 등을 하며 사업적 수완을 과시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 다시 송골매 활동을 재개할 의사도 표명하고 있어 조만간 두 사람이 합쳐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다시 부르는 모습을 팬들은 고대할 수도 있게 되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활주로를 박차고 비상한 후 10여 년의 화려한 비행을 마친 송골매는 '모여라'라는 곡에서 모인 사람 다 뒤돌아가라고 외치며 지상으로 착륙하여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들의 비행은 그 후 후배들이 이어받아 90년대 부활, 시나위, 들국화, 윤도현 밴드 등이 등장하며 한국 록밴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선의 현란한 기타 인트로와 구창모의 음 하는 신음소리로 기억되는 명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후배들이 계속 리메이크하고 연습하는 명곡이 되어 한국 록밴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영원히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OeYbBe9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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