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타하리를 보고
최근 코로나 때문에 좋아하는 콘서트와 공연을 몇 년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뮤지컬 마타하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여름휴가에 제주도에 가기로 예약을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소하고 짧은 일정의 휴가 첫날 여행을 못 간 아쉬움을 공연의 즐거움으로 대체하게 되었네요.
마타하리를 공연하는 샤롯데시어터는 롯데에서 운영하는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음향, 무대시설, 조명 등이 뮤지컬 공연에 최적화되어있어 쾌적하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극장을 찾는데 지하에서 바로 올라올 수 없고 1층으로 나와 극장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게 옥에 티같이 느껴지더군요.
카톡으로 보내준 QR코드로 예약발매기에서 입장표를 출력하고 시간이 남아 점심을 먹으려 했더니 극장 안에는 식당이 없다고 안내하시는 분이 말하더군요. 11층의 롯데호텔 식당가나 주변에 식당가를 이용해야 한다고 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걱정되어 극장을 나와 옆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라테와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였습니다. 딸아이와 와이프랑 셋이서 자리를 찾으니 뮤지컬을 보러 오신 분들로 4인석 자리가 없어 2인석에 앉아 나만 혼자 서서 음식을 먹고 있는 데 4인석에 앉아있던 연인분들이 자리를 양보해주어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네요. 두 분 아름다운 사랑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예약석에 앉으니 뒤에 있던 여성분이 나 때문에 어린 자기 딸이 잘 안 보인다고 해서 딸아이와 자리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본인도 가족과 같이 와서 서로 자리를 바꾸면 될 텐데 우리 보고만 바꾸라고 한 거라 약간 비위가 상하더군요. 역지사지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연문화가 빨리 정착되기를 바랄 수밖에요.
공연이 시작되면서 오랜만에 보는 공연에 몰입되어 다른 생각은 나지 않더군요. 옥주현이 아닌 마마무의 솔라가 마타하리 역을 해서 연기나 노래가 어설프지 않나 하는 우려를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그녀는 뮤지컬 신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중하게 마타하리 역을 잘 소화했습니다. 아르망 역의 이홍기가 오랜 연기 경력과 가수 경력 등으로 노련하게 솔라를 뒷받침하여 둘의 조화가 보기 좋았습니다. 라두 대령 역의 최민철 배우는 웅장한 바리톤과 카리스마 있는 외모로 무대와 관객을 휘어잡아 뮤지컬의 품격을 높여주었습니다.
국내에 뮤지컬이 처음 도입되는 시기에 봤던 뮤지컬의 무대장치 등의 조잡함을 기억한다면 마타하리의 무대장치와 프로젝터 스크린은 조작이 세련되고 이동이 자연스러워 보는 내내 시각적 단절 없이 뮤지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20분간의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 3시간의 긴 공연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안나가 만들어준 장미 문양의 옷을 입고 사형장에서 마타하리가 부르는 마지막 솔로 장면에선 관객 대부분의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희생양이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만 하는 주인공의 가련한 운명에 여기저기 흐느끼는 관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공연 내내 사진 촬영이 금지되는데 마지막 커튼콜 시간에 촬영이 허용되어 동영상과 사진을 찍는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는 데 주차장 입구에 배우들이 차를 타고 나오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줄을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스타는 스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는 그들이 또 성실하게 노력해서 대중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기를 희망해봅니다.
그동안 공연을 보면서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추억을 간직했는데 최근에 글을 쓰게 되면서 공연에 대한 기억을 글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니 나쁘지 않네요. 저만의 추억을 많은 사람과 공적인 공간에서 공유하는 즐거움이 새로운 취미생활의 보람처럼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공연 후기를 조금 더 전문적이고 알찬 내용으로 만들려면 음악과 뮤지컬에 대한 공부도 해야겠지요.
많은 분들이 집중호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모든 것이 잘 해결되어 피해를 보신 분들이 소중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일상의 행복을 다시 누리는 날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반지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을 뉴스로 접하고 가슴이 먹먹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다시는 그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사회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자기가 서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휴가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서 저의 위치에서 도움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조만간 새로운 공연 후기를 쓸 수 있는 행복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의 행복을 기원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L_5pYnZm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