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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Oct 28. 2022

지천명에 하늘이 주신 작가라는 선물

작가라는 부캐로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다

지천명에 하늘이 주신 작가라는 선물

작가라는 부캐로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다


글쓰기에서 2020년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해였다. 5년 정도 취미로 해오던 글쓰기가 외부로부터 본격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 해 소설로 강원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하였고 수필과 독후감이 산림문화 공모전과 대한민국 소설 대전에 당선되며 문인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연말에는 국세가족 문예전에서 시로 대상까지 받게 되었으니 문학분야 3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나름 화려한 데뷔를 한 셈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나의 글쓰기는 방향을 잃고 작가로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학창 시절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소설을 좋아하는 문학소년이기도 하였지만 대학에서 법정계열의 전공과 국세청 공무원 생활을 하며 문학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숫자와 계산기의 세계에서 20여 년의 세월을 보내고 삭막해진 나의 정서는 문학을 하기에는 너무 메말라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취미생활을 새로 시작하며 글쓰기는 나의 안중에 없었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을 먼저 고려하여 한참 사진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5년 정도 사진에 재미를 붙여 동호회 활동도 하고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며 취미를 가꾸어 나가던 중 국세청에서 가족 문예전이라는 행사를 시작한다. 사진 분야에 작품을 제출하고 입선, 동상, 금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금상 이상 수상하면 5년간 수상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새로운 취미를 모색하게 된다. 사실 렌즈 및 바디 구입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며 경제적으로 지출이 많아지자 아내가 사진기와 나를 동시에 흘겨보는 일들이 늘어났다. "도박은 집을 단시간에 망하게 하고 사진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망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취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게 계기가 되었다.


때마침 6급 주사 승진을 하고 과차석으로서 업무량이 증가하고 직원들과 관리자의 중간에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었다. 건강관리를 위해 탁구를 시작하고 멘털 관리도 필요했던 상황이 나의 글쓰기를 촉발시킨 계기가 된다. 개인납세과 체납전담팀에 근무하는 와중에 체납자들의 어려운 인생사를 맞닥뜨려 같이 울기도 하고 체납처분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들로부터 악성민원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나는 조직 내에서 겪는 심리적 울분과 갈등을 글로 써서 세상에 상처받은 나의 영혼과 정서를 표출하고 치료하는 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생애 첫 소설을 써서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하는 공무원 문예대전에 출품하였다. 나는 당선을 기대하며 사진에 이어 글쓰기라는 취미의 완성을 꿈꾸었다. 하지만 결과는 낙선. 다른 공모전에도 제출하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지금 생각해보면 소설 같지도 않은 글을 써서 소설이라고 제출하는 창피한 일을 한 것이지만 그 당시는 공모전 주최 측에 무슨 음모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할 정도로 나 자신의 글쓰기 수준을 과대평가하여 무모한 욕심을 부린 것이었다.


어렵게 소설을 쓰고 출품하였지만 낙선이 되자 소설 쓰기는 포기하고 수필과 시를 써서 국세가족 문예전에 제출한 것이 덜컥 입선이 되었다. 이에 힘입어 이후 다른 소설로 은상과 금상을 연속 수상하고 2020년에는 시에서 대상을 받고 외부 공모전에 당선하며 등단의 영광까지 안게 되었으니 국세가족 문예전이야말로 내 글쓰기의 최고 은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후 내가 등단한 문예지에 가끔 소설을 등재하고 문인협회 카페에 시와 수필을 써서 올리는 것으로 문단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딸아이의 소개로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브런치라는 글 전문 사이트를 알게 되고 작가 심사를 거쳐 현재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소설로 등단한 나에게 브런치는 소설 전문 사이트는 아니라서 처음에 큰 매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에세이의 매력에 빠져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의 도움으로 출판사에서 주문형 출판으로 첫 소설집도 내게 되었다. 나만의 이름으로 온전히 한 권의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요즘 소설이 팔리지 않고 독자들은 모두 네이버나 카카오의 웹소설을 스마트폰으로 보는 세상이 되었다. 첫 소설집을 출간하였지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는 너무 저조한 판매실적으로 다음 책을 내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 지금 나에게 작가라는 꿈을 향해 가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사실 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위로와 공감,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주는 좋은 글을 써서 나 자신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책을 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인세 수입을 통하여 경제적 성공을 거두겠다는 야망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은 비교의 동물. 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법으로 등단한 작가들이 베스트셀러를 내고 문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보면 묘한 상실감에 사로잡히는 시간들이 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브런치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세이라는 분야가 브런치의 주요 대상이기는 하지만 같은 에세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와 사람들의 공감을 잘 이끌어내고 조회수와 구독자수가 많은 작가들이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등극하는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간들이 작가로서 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브런치북 공모전에 출품을 하고 낙선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 자신이 작가로서 존재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글을 계속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게 된 초심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들이 모두 부질없게 느껴진다. 처음에 글을 쓸 때 경제적 목적으로 쓴 게 아니고 나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나? 개그맨 이경규는 예능 활동으로 경제적으로 충분히 수입이 보장되어 있는데 왜 돈도 안 되는 영화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현실이고 돈이 되기에 소중하지만 영화는 나에게 꿈이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며 기자에게 반문하고 있다.


나에게 문학은 꿈이었다. 나의 현실은 세법전과 엑셀로 이루어지는 세무공무원이라는 직업이지만 세무공무원으로서만 행복할 수 없기에 문학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 꿈마저 없다면 나의 인생이 얼마나 척박하고 메마른 사막이겠는가? 작가라는 오아시스가 있기에 나의 직업인 국세청 공무원 생활도 더 충실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글이라는 도구로 나만의 집을 짓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천명이 지난 나이에 새롭게 얻게 된 작가라는 페르소나는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요즘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각자의 부캐(부캐릭터)를 찾는 작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100세 장수 시대 어떤 일을 하든 본인의 일(주캐릭터)을 성실히 하면서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취미를 부캐로 하여 자기의 꿈을 키워갈 수 있다면 나름 훌륭한 인생 후반전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천명에 하늘이 주신 작가라는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나에게 주어진 국세청 공무원으로서 남은 시간도 충실하게 보내야겠다. 또한 작가로서 나만의 멋있는 집을 짓고 싶다는 꿈도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는 명작을 써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다. 꿈은 이루어지기 전까지 계속 꿈으로 남아있기만 해도 현실을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작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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