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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Oct 08. 2022

프란츠 카프카 변신

아웃사이더 외톨이 작가의 마지막 변신

아웃사이더 외톨이 작가의 마지막 변신

프란츠 카프카 변신


변신은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이다. 사람들이 카프카를 떠올릴 때 맨 먼저 떠올리는 작품이 변신이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작가 자신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변신은 작가의 모습이 가장 드러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그의 영혼과 생애가 이 소설에 녹여져 있는 것이다. 노동자 재해 보험국이라는 안정된 직장에서 보수를 받으며 밤에는 소설을 쓰던 그의 모습이 소설을 통하여 투사되고 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자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밑으로 하고 위를 쳐다보며 누워 있었다. 머리를 약간 쳐들자, 활 모양의 각질로 골이 쳐진 부풀어 오른 갈색의 복부가 보였다. 이불은 금방이라도 완전히 미끄러워 떨어져 내릴 듯이 복부의 가장 볼록한 부분에 간신히 걸쳐 있었다. 다른 몸통 크기에 비해서 가련할 정도로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이 어찌할 바 모르게 그의 눈앞에 가물거리고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중에서


매일 세일즈를 위하여 기차로 통근하는 그가 갑자기 간밤에 잠을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돼버린 것이다. 가족들이 모두 그에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변신은 용서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가 몸이 안 좋아 출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보기 위하여 회사에서 나온 지배인에게 미안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모두 경악하고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패닉에 빠져버린다. 그나마 여동생 그레테만이 현실을 인정하고 그를 자기 방에 가두어 놓음으로써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문제를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며 그는 자신이 방문이 열리는 것을 간신히 볼 수가 있었다. 무슨 말인지를 외치고 있는 누이동생의 뒤에서 어머니가 달려 나왔다. 속옷 바람이었다. 조금 전 기절했을 때 호흡을 편하게 하기 위해 누이동생이 옷을 벗겨 놓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 차림새로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그 사이에 끈과 쇠고리가 끌러진 치마가 한 장 마룻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그 치마에 발이 걸리면서도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그를 부둥켜안고는 - 그러나 이미 그레고르의 눈은 감긴 상태였다 - 아버지의 머리 뒤로 팔을 돌려 껴안으며 그레고르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중에서


그레고르의 외양은 벌레로 변했지만 그의 내면은 가족의 일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가족으로부터 자기가 보호받을 수 있으리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무위도식하는 가족들을 묵묵히 일하며 자신이 부양했듯이 가족들도 그러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주인공. 아버지의 사과 투척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제지함으로써 그레고르의 예측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예상으로 귀결되는 듯 보인다. 불행을 안고 사는 인고의 가족애. 하지만 우울하고 고독했던 카프카는 독자들의 이런 해피엔딩에 대한 예감을 무참히 짓밟음으로써 그의 작가적 천재성을 드러내고야 만다.


세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온갖 어려움에 대해서는 온 집안 식구들이 이미 최대한으로 응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은행의 말단 직원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날라다 주는 일까지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낯 모르는 사람들의 빨랫감을 맡아서 하느라 자신을 희생했고, 누이동생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판매대 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힘은 이미 한계점에 달하고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중에서


전적으로 그레고르의 수입에 의존하던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경제력을 잃자 처음에는 당황하여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단결하여 위기를 극복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본 후에는 오히려 놀라운 속도로 현실에 적응하고 새로운 직업을 구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자 그들에게는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바로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였다. 그의 존재를 숨기고 하숙을 치지만 얼마 안 있어 들통이 나고 가족이 아닌 그의 존재가 가족으로부터 위협받는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만일 이번 불상사만 생기지 않았더라면 크리스마스 때 -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나가 버렸겠지 - 어떤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온 가족에게 이 계획을 공표할 작정이었다고 털어놓으리라. 그러면 그는 누이동생의 어깨 위까지 기어올라 가서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어 주리라. 직장에 나가게 된 이후로, 누이동생은 리본도 깃도 달지 않고 목을 드러내 놓고 다녔으니까.

프란츠 카프카 변신 중에서


이 같은 가족들의 심리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그레고르는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를 듣고 하숙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거실로 나와 아름다운 음악을 즐긴다. 하숙생들이 그를 보고 기겁을 한다. 그들은 이런 벌레와 같이 살 수 없다고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운운한다. 이들의 분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상심하고 그토록 그레고르가 사랑했던 여동생은 무서운 결심을 가족들에게 드러내고야 만다.


"저것을 없애 버려야만 해요" 하고 누이동생은 아버지를 향하여 강력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심하게 기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였다. "저것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할 거예요, 그렇고 말고요. 이렇게 고생하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들 처지에, 도대체 어떻게 저런 골칫거리를 집 안에 두고 참을 수가 있겠어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프란츠 카프카 변신 중에서


여동생의 말을 듣고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는 그레고르.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로부터 완전한 버림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니 가족들에게 살해를 당했다고 말해야 할까? 벌레로 변하고 돈도 벌어오지 못하는 그레고르는 기능적인 죽음에 이어 실질적인 죽음에 이르게 된다. 딱딱하게 변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그를 도우미가 발견하고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 가족들은 비로소 평화가 다시 찾아온 느낌을 받는다.


잠자 부부는 말없이 시선을 주고받으며 딸아이를 위해서 마땅한 신랑감을 구해 주어야 할 때가 곧 오리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전차가 내려야 할 장소에 도착하자 잠자양이 제일 먼저 일어나 싱싱한 팔다리를 쭉 뻗었다. 잠자 부부의 눈에 그들의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의 보증처럼 느껴졌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중에서


카프카는 평생 경계인으로 살다가 죽었다. 체코에서 태어나서 살았지만 독일어를 사용했다.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타국의 언어를 쓴 것이 처음부터 그가 사회의 중심부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독일어를 사용했지만 그는 유대인이었다. 종교적으로 독일과 융합할 수 없었던 그의 가족은 2차 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여동생들이 가스실에서 학살당하면서 불가역적 원수가 되고 만다.


아웃사이더로서 외톨이로 지냈지만 그는 많은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끊임없이 가정적 안정을 희구할 정도로 정에 목말라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한 사나이. 문학을 사랑했지만 현실적인 직업을 위하여 법학을 전공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심약한 아들이 맘에 안 들어 평생 정서적 학대와 무례한 언사를 아들에게 퍼부었지만 폐결핵으로 요절한 아들보다 몇십 년을 더 살고 죽는다.


그의 경계인으로서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그의 소설이다. 죽을 때까지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했지만 밤마다 소설을 쓰며 가상의 세계로 도피해야만 했던 카프카. 소설은 그에게 동굴이었고 도피처였고 종교였다. 그토록 소중하게 써 내려간 소설의 한 문장도 세상에 나오지 않고 모두 불태우라고 유언했던 그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유언을 그대로 집행하지 않은 친구의 선택을 카프카는 용서할 수 있을지? 하지만 그의 선택 덕분에 전 세계 모든 독자들이 그의 소설을 읽고 감동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고독하고 심약하여 연애에 실패하기만 했던 아웃사이더 천재 작가의 영혼과 삶을 갈아 넣어 만든 소설 "변신"은 말 그대로 그를 마지막으로 화려한 나비로 변신시켜 문학이라는 하늘을 영원히 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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