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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Nov 10. 2022

이미예, 한국의 조앤 롤링을 꿈꾸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베스트셀러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2편이 나왔다. 1편에서 백화점 내부의 층별로 이루어지던 에피소드의 무대가 백화점 밖 컴퍼니 구역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다. 연봉협상 중 더 이상 꿈 백화점을 찾지 않는 단골손님들을 되찾아올 계획을 밝히는 페니에게 달러구트는 컴퍼니 구역으로 가서 단골손님들의 민원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한다. 그녀가 찾는 곳은 컴퍼니 구역 내 민원관리국. 그곳에서 더 이상 꿈을 통해 행복할 수 없는 민원인들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잠자는 것은 누구나 동등하게 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게 기뻤다. 꿈을 꾸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고, 그게 구원 같았다. 심지어 현실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도 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나면 잠이 들어 또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이, 남자에겐 깨어있는 동안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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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이 되어 현실에서 더 이상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없던 단골손님은 꿈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해소하려 한다. 하지만 꿈속에서 마저 눈이 보이지 않는 꿈을 꾸고 절망하게 된다. 이런 단골손님에게 민원관리국은 추억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제가 손님에게 권하고 싶은 꿈은 '추억 코너'의 꿈입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지만, 운이 좋은 날엔 시력이 나빠지기 전의 추억을 꿈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손님께서는 방대한 양의 추억을 보유하고 계시더군요. 그러니 앞으로 영영 볼 수 없을 거라고 섣불리 단정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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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의 민원에 대하여 추억 코너를 통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비고 마이어스의 대책과 아가냅코코가 만든 '다시 꾸는 태몽'은 큰 성공을 하고 망설이던 단골손님들은 꿈을 꾸고 난 후 만족감을 나타내며 고가의 꿈값을 지불하기 시작한다.


띵동.
1번 손님께서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타인의 삶 : 정식판의 대가로 '애틋함'이 대량 도착했습니다.
'타인의 삶 : 정식판의 대가로 '고마움'이 대량 도착했습니다.
'타인의 삶 : 정식판의 대가로 '행복함'이 대량 도착했습니다.
'타인의 삶 : 정식판의 대가로 '설렘'이 대량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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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들을 다시 꿈 백화점으로 돌아오게 하는 페니와 달러구트의 프로젝트는 추억 코너의 매니저인 비고 마이어스가 제작한 꿈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MSG가 가미되지 않은 꿈들은 성분이 가장 좋은 꿈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게 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층 '추억 코너'의 꿈들,
에디터 10명의 만장일치로 '성분이 가장 좋은 꿈'에 선정돼.
2층 추억 코너의 매니저인 비고 마이어스 씨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추억이 나오는 꿈에는 불필요한 첨가물도, 자극적인 효과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개운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다면 '추억 코너'의 꿈을 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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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약간의 썸을 보여주었던 막심과 페니. 악몽 제작소를 만들고 트라우마 꿈을 제작하는 등 개성이 강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페니에게는 호감을 보이던 막심은 죄책감을 담은 포춘쿠키에 대하여 물어보는 페니에게 답한다.


"아시다시피 저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으로 작년에 데뷔했어요. 그런데 살면서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힘든 시간이 아니라, 굳이 겪지 않아도 될 힘겨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저는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면 더 좋겠죠.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상황이라면 더더욱이요. 저는 피해자가 뭘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요. 노력은 가해자가 했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이고 경솔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이 실수로라도 이 포춘쿠키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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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이 나온다면 페니와 막심의 러브라인이 좀 더 진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민원관리국에 마지막 단골손님이 찾아온다. 이 손님에게 달러구트가 처방하는 꿈은 무엇일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330번 단골손님은 6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녀는 10년 전에 갱년기를 다른 사람보다 수월하게 넘겼고, 직장생활도 무사히 정년까지 마쳤다. 세 명의 자녀를 남편과 함께 키워냈고, 올해 초에는 막내까지 장가를 갔다. 막내의 결혼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이제 정말 다 끝냈다고 긴장을 풀던 순간, 예기치 못한 무기력이 여자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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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를 읽으면서 이미예작가가 이 판타지 소설을 정말 한국의 해리 포터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한국적인 배경이나 작명이 아닌 영어식 이름과 무국적의 중립성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작업들. 2편에 뿌려지고 회수되지 않은 많은 떡밥들을 보면 이 시리즈가 2편으로 마감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다.


모쪼록 한국의 조앤 롤링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현실화되어 K POP에 이어 K NOVEL이 전 세계시장을 정복하는 꿈을 꿔본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의 소설가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선례가 되어 한국소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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