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기 Dec 16. 2023

고기굽는 여자

고기굽는 여자 / 하기


그녀는 고기굽는 여자


삼겹살, 오겹살, 항정살, 갈비살, 가브리살

고기의 종류는 달라도


먹기 좋은 크기로

가위로 잘라

타지 않을 만큼

적당하게 구워야 한다


때로는 덜 익은 고기와

타버린 고기때문에

주위의 따가운 눈총이

그녀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후라이팬의 기름이

그녀의 팔뚝과 손목에 튀어

피부에 화상을 입히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

그들의 살과 피가 되어

그들이 힘든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 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오늘도 가스렌지 앞에서

이산화탄소를 마시며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자연인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