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헤븐, 나 혼자 사는 국세청 모태솔로의 분투기

(단편소설) 솔로헤븐 - 1

by 하기

* 본 소설에 나오는 사건과 인물은 작가의 창작으로 실제와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솔로헤븐, 나 혼자 사는 국세청 모태솔로의 분투기


솔소로헤븐, 나 혼자 사는 국세청 모태솔로의 분투기

한낮의 열기와 습기가 채 가시지 않아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끈적끈적하게 느껴지는 여름밤이었다.


“하기 그만 해. 오늘은 여기까지야.”

키스를 하며 달아오른 내가 검정색 미니 스커츠 속의 엉덩이를 그러쥐자 에어퀸은 엉덩이를 빼며 나에게 말하였다.


“알았어요.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고 오늘 밤 잘 자요.”하고 말했지만 멀어져 가는 에어퀸의 뒷모습을 나는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에어퀸을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나보다 5살 연상인 그녀를 솔로헤븐이라는 사이트에 가입 후 채팅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채팅에서 에어퀸이 갑자기 번개를 제안했다. 강남역에 있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주점에서 에어퀸, 진아, 오리라는 아이디를 가진 그들을 만난 것이다.


우리 넷은 채팅방에서 몇 번 대화를 했고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 친하게 되었다. 진아, 에어퀸, 오리는 서로 몇 번 만난 사이인 듯했고 나만 처음 보는 사이라 어색했지만 술이 몇 잔 돌고 취기가 오르자 그런 건 문제 되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2차를 하다가 진아와 오리가 먼저 나갔다. 둘이 남게 된 우리는 블루스를 추며 한참 스킨십을 하다가 택시를 타고 에어퀸을 바래다주었다. 다시 혼자가 된 난 얼마 전 입주한 신사동 세우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실연의 아픔으로 가입한 솔로 동호회

내가 솔로헤븐에 가입한 건 몇 달 전 5년간 사귀던 효선이와 헤어지고 나서다. 효선이와 나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난 사이였는데 강남의 재력가였던 그들의 부모는 말단 세무공무원인 나를 사윗감으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런 부모의 태도에 적잖이 실망한 나도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내 처지를 생각하며 소극적으로 행동하자 효선이 헤어지자고 결단을 내렸다.


효선이와 5년간 사귀는 동안 나는 개포동의 공무원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자연스럽게 효선이는 나의 아파트에 자주 놀러 왔고 아파트 곳곳에 효선이와의 추억이 서려 있어 조금이나마 효선과의 추억을 떨쳐내기 위하여 임대아파트를 나와 신사동 세우관으로 입주하게 되었다. 꼭 효선과의 인연을 지우고자 나온 것만은 아니었다. 만기가 되었고 효선과 헤어지고 나는 내가 혼자 살 팔자 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 살 바에는 외롭게 임대아파트에 살지 말고 동료들이 많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이나 정서적인 면에서 나을 것 같다는 이유도 한몫하였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지려면 취미생활도 하고 외로움을 이겨내는데 친구들도 필요할 것 같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그런 사이트가 있는가 알아보던 나에게 솔로헤븐이라는 사이트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가입 후 게시판을 둘러보니 솔로 생활에 대한 정보, 음식, 취미생활 등 다양하게 사이트가 구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채팅방이 잘 마련되어 있어 여러 정보를 공유하며 친구를 사귀기에 좋았다.


오늘도 나는 퇴근 후 솔로헤븐에 접속하여 채팅을 시작하였다. 갑자기 황아라는 아이디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하기님 몇 살이에요?”

“32살. 그럼 나랑 동갑이네. 원숭이띠 맞지?”

“예. 그런데요.”

“동갑끼리 무슨 존댓말. 우리 편하게 말 놓자. 좋지.”

“그럴까? 황아는 무슨 뜻이야?”

“황홀한 아침, 난 아침이 좋거든. 하기는 무슨 뜻이야?”

“한다의 명사형. 솔로헤븐에서 여러 가지 해보고 싶어서 지은 닉네임이야. 한자로는 여름 夏에 일어날 起. 내 생일이 여름이고 여름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고 해서.”

“뜻 좋네. 발음도 확실하고. 하기 내일 뭐해? 우리 등산방 불암산 등산 가는 데 같이 가자. 오케이?”

“그러지 뭐. 주말인데 약속도 없고... 내일 봐.”


그렇게 나는 주말의 스케줄을 솔로헤븐과 같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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