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번개가 솔로생활에 활력을 주다

(단편소설) 솔로헤븐 - 2

by 하기

다음날 토요일 나는 석계역으로 등산번개를 하러 갔다. 석계역에 도착하니 일군의 청춘남녀가 모여 있어 딱 보기에도 솔로헤븐 회원들로 보였다. 그들도 나를 알아본 듯 한 여자가 “혹시 하기. 맞구나. 나야 황아. 반가워.”하며 반겨준다. 황아는 모임회원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준다. “여기. 오빠, 언니들, 갑장 죠커, 막내 시인. 모두 인사해. 우리 등산방 신규 회원 하기야.”


모두 활달하게 밝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등산을 위하여 불암산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불암산에 오르며 각자 가지고 온 간식들을 나눠 먹었다. 나는 많은 간식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콩쥐 누나는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담에 준비하면 되지. 신경쓰지 말고 먹어.”하며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더운 날씨에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라 버벅대는 나에게 져니 형은 후미에서 나를 밀어주며 힘내라고 독려해 주어 산행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산행 후 우리는 당고개역에서 삼겹살을 먹고 호프집에서 호프 한잔씩을 하였다. 그리고 모두 헤어지기 아쉬운지 3차로 가까운 곳에 새로 이사 온 청산 형님의 아파트로 집들이를 겸해서 놀러갔다. 청산 형님은 중앙부처인 정보통신부 소속 공무원으로 공무원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오렌지 누나는 집에 들어서며 “청산님은 모든 게 준비된 신랑감이야. 집도 있고 안정된 공무원에...빨리 여자 구해서 장가만 가면 되겠어.”라며 웃는다. 청산 형님은 “그럼. 오렌지가 여기 와서 신부하면 되겠네.”하며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반드시 농담만은 아닌 듯 하였다. 그 얘기를 듣는 오렌지 누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을 타고 황아랑 같이 오는데 황아가 새로운 제안을 한다. “오늘 보니 원숭이띠가 많던데 원숭이 번개하면 어떨까? 동갑끼리 마음도 통할 것 같고.”

“그럴까? 괜찮은 생각같은데...”하고 내가 대답하니 황아는 “그럼. 모임방에 하기가 공지를 올려 줘. 장소 섭외하고 전화하는 것은 내가 할테니. 그래줄 수 있지.”

“그럼. 황아님 분부인데 내가 알아서 모셔야지.”하며 우리는 담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대신했다.


원숭이 번개는 대학로의 한 주점에서 이루어졌다. 서로의 아이디를 물어보고 소개를 하는 의례적인 시간이 지나고 동갑끼리의 번개는 묘하게 단체미팅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동갑은 레이와 제인이었다. 둘은 친구로 같이 붙어 있었는데 집이 근처이고 졸업한 학교도 인근이라 서로 할 얘기가 많아서 금방 친해졌다.


우리 셋은 모임이 끝나고 귀가 방향이 같아 자연스럽게 같은 지하철을 타고 왔다. 먼저 제인이 내리고 레이와 둘이 남았다. 레이의 집은 신사동 세우관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앞이라 내가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 레이는 세이부라는 카페에서 칵테일 한잔을 더하자고 제안했다.


모임에서 적당히 오른 취기가 칵테일 한잔에 상승하면서 나는 평소에 없던 용기가 생겨 레이의 옆자리로 옮겼다. 아담한 체구의 제인과는 달리 키가 커서 보이시해 보이던 레이가 옆에서 보니 여성스럽게 느껴졌다.


레이와 나는 하이볼을 한잔 더 주문하여 마셨다. 입안으로 탄산의 톡 쏘는 맛이 느껴졌다.


“레이는 독신주의자야. 그래서 솔로헤븐에 가입한 거야?”내가 물어보았다.


“아니 독신주의자는 아닌데 사실 나 올 초에 위암수술을 받았어. 수술흉터도 있고 앞으로 건강이 어떻게 될지 몰라 결혼은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수술하고 결혼하지 못할 것 같아 솔로헤븐에 가입했어. 남자들이 수술자국 보고 다 도망칠 것 같아서.”레이는 옷깃을 올려 수술부위를 살짝 보여주었다.


“아니, 수술자국이 예뻐서 오히려 섹시한데...”라고 말하며 나는 그녀를 안으며 키스를 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솔로헤븐, 나 혼자 사는 국세청 모태솔로의 분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