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선명한 현이라니
저 현을 건드려 소리를 내고 싶다
비의 수직은 현을 두드리는 방식
밤새 빗방울이 현을 뜯는 소리 들었다
부산한 수직들이 엎드려 고요한 지평선이 되었나?
직선이 외롭다 생각한 건 처음이야
나와 죽음을 연결하면 지평선으로 편입된다는 생각
적막해지는 하나의 선으로
울음조차도 일으킬 수 없는 청결한 죽음
지평선이 일어나 걸어온다
저 먼 선을 건너오는 사람은 어린 나무가 자라는 것 같아
수평선을 넘어오는 태양도 노래를 품고 커지지
기적을 부정하면 기도는 필요 없을 거야
고래가 되어 먼 바다의 고요한 현도 연주할 수 있겠지
양쪽에서 팽팽히 잡아당기면
온 우주의 물방울 악사들을 초대해 연주회를 해도 좋을
성향숙 시인 프로필
경기도 화성 출생
2008년 '시와 반시' 신인상 등단
시집 '엄마, 엄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