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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황동규

by 하기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 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뒤 숲이 보이고 안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있는 귤,


옹기종기 엎어져 있는 항아리,


동그랗게 누워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 한번


날으는 길 위로.





황동규 시인 프로필



1938년 평안남도 숙천 출생


1958년 현대문학 시 '시월'로 등단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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