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피하는 법
요즘 서울 강남 지역의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빵집의 마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습니다. 거액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한 기업가의 기발하고, 때로는 아슬아슬한 시도 때문이었죠.
이야기의 주인공은 고(故) 김만석 회장. 그는 강남 노른자 땅 수백억 원을 포함해 총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단 하나, 엄청난 액수의 상속세였죠.
만석 회장은 상속세를 절약할 방법을 찾던 중, 세무사로부터 솔깃한 정보를 듣게 됩니다. 바로 가업상속공제 제도였습니다.
가업상속공제 (家業相續控除) 란?
피상속인(사망자)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물려줄 때, 그 가업상속재산에 대해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이는 가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경제 활력을 이어가기 위한 목적입니다.
"회장님, 단순히 돈을 물려주면 세금이 엄청나지만, 10년 이상 운영한 가업을 물려주면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가 됩니다. 물론 요건이 까다롭지만, 그걸 충족시킬 수 있는 '가업'을 만들면 됩니다."
이 말에 만석 회장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그가 가진 토지 중 일부는 이미 임대수익만 내는 땅이었기에 가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는 10년간 꾸준히 경영할 새로운 '가업'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 가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베이커리 카페, 이름하여 '만석 베이커리'였습니다.
만석 회장은 자신의 소유 토지 위에 번듯한 베이커리 공장과 카페를 지었습니다. 베이커리 업종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별표에 따른 업종(제15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1호)에 해당하여 가업상속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석 회장은 만석 베이커리 법인의 최대주주로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발행주식총수의 4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했습니다. 또한, 그는 이 10년 기간 중 50% 이상의 기간 동안 베이커리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습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 제1호 가목, 나목).
물론 겉으로는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였지만, 만석 회장에게는 이 베이커리가 그의 거액 자산을 지켜줄 방패였던 셈입니다.
문제는 아들 민준이었습니다. 민준은 평소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수백억 원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세운 계획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년 후, 만석 회장이 사망하고 상속이 개시되었습니다. 민준이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 제2호)
18세 이상일 것: 민준은 이미 성인이었습니다 (가목).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 민준은 상속개시일 전에 베이커리 운영팀장으로 2년 6개월 동안 빵 반죽부터 판매까지 직접 참여하며 종사했습니다 (나목).
신고기한까지 임원 취임: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까지 민준은 이사로 임원 취임을 완료했습니다 (다목).
2년 이내 대표이사 취임: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민준은 만석 베이커리의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라목).
마침내, 만석 베이커리의 경영권과 수백억 원대 토지 및 건물(가업용 자산)이 포함된 상속재산에 대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아 민준은 상속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세법은 가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제를 해준 것이므로, 상속인에게 7년간 가업을 유지할 의무, 즉 사후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 7년 내에 요건을 위반하면 공제받은 세액과 이자 상당액을 추징당하게 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 제5항).
민준은 7년 동안 숨 막히는 사후관리를 받게 됩니다.
자산유지
상속받은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 처분 금지.
베이커리 부지, 건물, 기계를 팔거나 임대하지 않음.
상증세법 제18조의2 제5항 제1호
가업종사
상속인은 가업에 계속 종사해야 함.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며 경영에 참여.
상증세법 제18조의2 제5항 제2호
지분유지
상속인의 주식 지분이 감소되어서는 안 됨.
자신의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유상증자 시 실권하지 않도록 주의.
상증세법 제18조의2 제5항 제3호
고용유지
5년간 평균 정규직 근로자 수 또는 총급여액이 기준 고용 인원의 90% 미만으로 하락 금지.
빵 반죽부터 판매 직원까지 정규직 고용을 적극적으로 유지.
상증세법 제18조의2 제5항 제4호
이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은 고용 유지와 자산 유지였습니다. 만약 경기 악화로 직원을 대량 해고하거나, 자산인 베이커리 토지 중 절반 이상을 처분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민준은 엄청난 추징 상속세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만석 베이커리는 7년간의 사후관리 기간을 거의 채워갈 무렵, 세무조사팀이 들이닥쳤습니다. 사후관리 기간 중 민준이 혹시 베이커리 매출을 조작하거나 탈세를 저질렀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업상속 배제 사유 (탈세·회계부정)
상속개시 전 10년 전부터 상속개시 후 7년까지의 기간 중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가업 경영과 관련하여 확정된 징역형 또는 일정 기준 이상의 벌금형 처벌을 받은 경우, 가업상속공제는 배제됩니다 (상증세법 제18조의2 제8항).
다행히 민준은 아버지가 알려준 교훈대로 법을 철저히 지키며 베이커리를 운영했고, 탈세나 회계부정은 없었습니다. 세무조사팀은 만석 베이커리가 단순히 절세 수단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하고 철수했습니다.
결국, 김민준은 수백억 원의 상속세를 절약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남긴 가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진정한 '빵 회장'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절세를 위한 베이커리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아이러니한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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